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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된 강만수 前 회장의 ‘KDB금융대학교’

애물단지된 강만수 前 회장의 ‘KDB금융대학교’

기사승인 2016. 09.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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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민영화 무산에 존재 사라져
고졸 인원 줄고 입학생도 매년 급감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추진했던 KDB산업은행의 민영화가 무산 된 이후 고졸직원을 대상으로 한 직장내 교육기관인 KDB금융대학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당시 산은은 고졸출신 직원을 대폭 뽑아 이 대학을 통해 직능교육을 시킨 후 소매금융에 뛰어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졌다.

하지만 민영화가 물거품이 되면서 KDB금융계열사에 고졸 직원의 업무영역이 극히 제한됐기 때문에 이후 채용도 급격하게 줄었고, 금융대학에 대한 메리트도 떨어지면서 현재는 정원의 절반정도만 지원하고 있다.

일각에선 금융대학의 설립 이유가 없어진 만큼 폐교 여부를 신중히 고려할 때라는 지적이다.

28일 산은에 따르면 KDB금융대학교의 입학정원은 설립 첫해인 2013년 78명에서 이듬해 48명, 올해에는 21명으로 70% 이상 급감했다. 입학정원도 기존 120명에서 40명으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KDB금융대학교는 강 전 회장의 취임시절인 2012년 10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고 이듬해 3월 문을 연 금융권 최초의 사내학교다. 직원들은 평일에는 근무처에서 정상적인 업무를 하되 주말을 이용해 경기도 미사리 산은 연수원에 위치한 대학교에서 교육을 받게 된다.

당시 강 전 회장은 이전부터 주장해온 산은지주의 민영화를 염두해 은행 영업점의 창구업무를 전담할 고졸 신입 직원을 대거 채용했다. 소매금융에 진출에 따라 지점을 늘리는 한편, 선제적인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2012년 산은의 고졸채용 인원은 120명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강 전 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들을 글로벌 인재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KDB금융대학교’를 세웠다. ‘설립당시에는 산은금융지주 계열사인 산은·KDB대우증권·KDB생명·KDB캐피탈 등의 소속 고졸 직원들이 대거 몰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후 강 전 회장이 물러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민영화 작업의 일시 중단으로 고졸 채용 규모가 급감하면서 KDB금융대학교의 입학 정원도 덩달아 줄었기 때문이다. 2013년 산은의 고졸채용은 20명으로 전년의 20%를 밑돌았다. 이후부터는 연간 15명 수준을 채용하는데 그쳤다.

입학대상인 고졸 직원들의 축소로 KDB금융대학교는 매년 지원자가 줄어들면서 작은 규모로 축소됐다.

산은 관계자는 “강 전 회장이 있을 당시 민영화를 진행하면서 지점 수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 지점 창구직원과 KDB다이렉트 업무를 담당할 고졸 직원들을 많이 뽑았다”며 “민영화 작업이 중단되면서 고졸직원 채용에 제약이 생겼고, KDB대학교의 입학인원도 줄어들게 됐다”고 밝혔다.

설립 취지가 사라지면서 KDB금융대학교는 소수 직원의 복지를 위한 역할만을 담당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로부터 자본 확충을 받기 위해 몸통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 산은으로서는 유명무실한 KDB금융대학교가 계륵 같은 존재다.

특히, 금융계열사들이 매각돼 산은으로부터 떨어져 나간다면 앞으로 입학인원은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원칙상으로는 공동설립자라는 명목하에 대우증권·산은캐피탈 등의 고졸 직원도 입학이 가능하지만 산은의 품을 벗어난 만큼 한계가 있다. 올해 대우증권 출신의 입학인원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졸 직원들의 비중이 적은 산업은행에서 왜 금융대학교를 운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점을 줄이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혁신안 발표를 앞둔 산은이 사내 복지시설인 금융대학교의 폐교를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산은 관계자는 “정원은 축소됐지만 KDB금융대학교의 폐교계획은 없으며 앞으로도 고졸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상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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