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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김영란법으로 문화융성 소원해질까 우려

[기자의눈]김영란법으로 문화융성 소원해질까 우려

기사승인 2016. 09. 3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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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전혜원 문화스포츠부 차장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으로 인한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튄 것 같습니다. 기업들이 몸을 사리느라 안 움직이고 있어요.”

한 민간오페라단 관계자의 말이다. 김영란법으로 인해 오페라·클래식·뮤지컬 등 대형 공연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러한 대형 공연의 경우 기업 후원과 단체 관람권 구매가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수익의 상당 부분을 메꿔왔다. 그런데 공연 관람권이 대체로 5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이기 때문에, 초대권을 선물용으로 사용하던 기업들이 움츠려들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당장 올가을 공연을 앞둔 몇몇 민간단체들은 공연을 보류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년 전에 후원 기업을 찾아야 하는 클래식 기획사들도 내년 굵직한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불투명한 현실 속에서 속만 태우고 있다. 몇몇 대형 뮤지컬들의 경우에는 이미 기업 티켓 구매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안 그래도 오랜 불경기로 인해 힘들었던 공연계가 김영란법으로 일부는 ‘존폐’ 위기에 놓인 것이다.

정부는 그간 기업의 문화 소비 활성화를 적극 장려해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07년부터 기업이 거래처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접대비를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해줬다. 그런데 김영란법이 의도치 않게 문화접대비 제도에 반대되는 법이 돼 버린 셈이다.

사실 그간 문화접대비 비중도 정말 미미한 정도로 적은 편이었다. 지난 5년간 기업 접대비 중 문화접대비 비중은 0.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이제는 불투명해진 현실이다. 일부에서는 공연계의 어려움이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며 장기적으로는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거라고 봤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민간단체가 피를 흘려야 될까.

기업의 문화 접대에 한해 선물 상한액을 높이는 방법이나, 각각의 상황에 맞는 시행령 개정 등이 논의돼야 할 시점이다. 나아가 공연계도 작품 질을 높이고 티켓가를 낮추는 등 자구책을 찾고, 관객들도 여느 때보다 공연예술에 관한 애정을 가질 때다. 그것이 문화융성에 보다 가까워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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