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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한은·기재부 수장 ‘부부론’에 담긴 불편함

[취재뒷담화]한은·기재부 수장 ‘부부론’에 담긴 불편함

기사승인 2016. 10.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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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이진석 기자
“한국은행 총재와 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의 관계는 직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사는 부부관계가 돼야 한다.”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유일호 부총리에게 이 같이 당부했습니다. 최근 불협화음 논란이 있는 두 기관의 수장들이 더 많은 회동을 가져 오해를 불식시키라는 뜻입니다. 추 의원은 “속기록도 요청 안할 테니 수시로 만나달라”고 이들의 만남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같은 당 김광림 의원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고, 유 부총리는 앞으로 한은 총재와 의견교류를 활성화하겠다고 답했습니다.

한은과 기재부는 거시경제 정책 수립에 있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경기회복을 위한 양대 축입니다. 다만 두 정책수단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나갈지는 언제나 논쟁거리입니다.

문제는 두 기관이 동등한 위치에 서있느냐는 점입니다. 정부로 대변되는 기재부에 한은이 제 목소리를 내기란 한계가 있습니다. 원칙상 한은의 독립성은 보장돼야 마땅하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기재부 남대문 출장소’라는 꼬리표는 두 기관의 위상이 결코 같지 않다는 방증입니다.

지난해까지 최경환 전 부총리가 이 총재와 만나면 기준금리가 내려간다는 풍문이 돌았습니다. 최 전 부총리의 “척 하면 척”이라는 발언과 맞물려 이뤄진 금리인하는 한은에 대한 ‘정부 압박론’의 근거가 됐습니다. 실제로 두 수장이 합을 맞춘 후 기준금리는 네 차례(1.0%포인트)나 내렸습니다.

기준금리가 거의 바닥에 근접했음에도 정부는 여전히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 즉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1년 남짓 남은 임기 내에 경제지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한은의 도움 만한 것이 없습니다. ‘금리인하 효과’가 한계에 다다르고 저금리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지만 마땅한 카드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은 총재와 기재부 장관이 더 잦은 회동을 가지라는 여당 의원들의 말은 순수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두 기관장 사이를 굳이 부부로 비유한다면 한쪽에 권력이 쏠린 가부장적인 관계에 가까워 보입니다.

위기상황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키는 일은 더욱 중요합니다. 한은의 고유권한인 통화정책은 한은의 판단 아래 이뤄질 때 최적의 선택일 겁니다. 당장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원칙을 저버리고 ‘전가의 보도’를 휘두른다면 우리경제 위기에 부메랑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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