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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바스프 화학공장 폭발사고, ‘남의 집 불 구경’ 안된다

[취재뒷담화]바스프 화학공장 폭발사고, ‘남의 집 불 구경’ 안된다

기사승인 2016. 10.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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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사고 였지만, 사고 여파로 에틸렌 제품 국제가격이 오르는 반사이익이 예상됩니다.”

독일의 세계적 화학업체 바스프 공장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루 만에 국내 대표 화학기업의 실적발표회에서 나온 얘기입니다. 다음날 증권가에선 바스프 사고로 인한 국내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내용의 레포트를 쏟아냈습니다.

사고가 난 바스프 공장은 에틸렌 66만톤·아크릴레이트 32만톤 등을 생산하는 독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장이였습니다. 이로 인해 국제 에틸렌 공급량이 줄면서 관련제품 가격이 오를 것이란 게 국내 화학기업들과 증권가의 분석입니다. 지난해에도 중국에서 발생한 잇따른 대형사고로 파라자일렌(PX) 가격이 오른 바 있습니다.

하지만 유사사고 위험성이 높은 국내 화학업체들이 경각심 대신 반사이익만 좇는 시각은 우려 됩니다. 이번 사고를 통해 2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총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공장의 물적 손실은 둘째 치고 인명 피해까지 발생한 심각한 사고였습니다. 또 1급 발암물질 및 유독 화학물질이 그대로 노출되면서 심각한 환경오염이 초래될 것이란 우려가 높습니다.

만약 기업설명회에서 바스프 사고 여파를 묻는 질문에 ‘앞으로 안전관리에 더 많은 투자를 진행해야 할 것 같다’는 답변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폭발사고를 바라보는 기업의 시각이 ‘안전’ 보단 ‘이익’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남의 집 불 구경’ 하듯 하기엔 우리 역시 유사사고 위험성을 언제나 안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실제로 바스프 사고 이후 반사이익 기대감이 돌았던 19일 경북 구미 3공단에서 스타케미칼의 폴리에스테르 원사공장이 폭발해 작업을 하던 근로자 1명이 숨지고 4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또 국내 기업들은 더 강화 될 환경 안전 규제 움직임도 고려해야 합니다. 환경 관련 인허가 통합 법안인 ‘환경오염시설통합관리에 관한 법률(환통법)’이 내년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현재 시행 중인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에 이어 석유화학업계에 또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화학산업이 발달하고 공단이 가깝게 밀집해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대형 사고 위험성이 높습니다. 사고로 인한 반사이익보다는 유사 대형 사고를 막기 위한 경각심과 안전의식 고취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제조업 기반의 중후장대 산업이 발전한 한국으로선 대형 화학 사고 한번에 기업 전체의 흥망이 흔들릴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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