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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포커스]북·미 말레이 접촉 동상이몽…대화로 가기엔 한계

[투데이포커스]북·미 말레이 접촉 동상이몽…대화로 가기엔 한계

기사승인 2016. 10. 23.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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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루치·디트라니,·北 외교당국자와 비공개 회동
비공개 접촉중인 북.미 대표<YONHAP NO-0564>
미국과 북한의 비공개 접촉이 진행 중인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호텔 앞에서 장일훈 북한 유엔주재 차석대사(오른쪽)와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가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1차 북핵 위기가 발생했던 1994년 북·미간 제네바 협상을 이끌어냈던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가 북한 현직 외교 당국자들과 극비 회동을 가졌다. 한·미 정부는 이번 만남이 정부 입장과 무관하다고 밝혔으나 북한은 이번 만남을 향후 북·미 공식 대화를 위한 포석으로 삼으려는 모습이다.

23일 외교부에 따르면 21~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갈루치 전 특사는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측 차석대표와 함께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장과 장일훈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를 만났다. 양측은 이틀에 걸친 회동에서 ‘현안’을 얘기했고,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북한은 북·미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비핵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한·미 입장에 맞서 비핵화와 평화협정은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부는 이들의 만남이 ‘민간 차원의 회동’으로 정부 입장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북한이 정부간 대화 채널이 단절된 상황에서 민간채널을 활용해 국제사회를 향해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려 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북한이 미국의 차기 행정부에 핵동결·평화협정 등을 요청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미측 인사들을 만났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번 미국 측 참석자들은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북정책을 담당했던 인사들인만큼 힐러리가 당선될 경우 차기 미국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북한이 이번 비공개 회동이 공개된 데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이례적이다. 북측 인사들은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며 비공개 회동이 공개적으로 언급되길 바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정영태 동양대학교 군사연구소 소장은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하에 있는 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에 자신들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최소한의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갈루치의 경우 과거 제네바 핵 합의를 이끌어낸 대표로 북핵 개발에 어느정도 책임감을 느끼는 인물로 북한 입장에선 대화가 용이한 인물일 것”이라고 밝혔다.

정 소장은 “북한은 미국을 협상으로 끌어들여 핵동결·평화협정 등을 논의하고 싶을 수 있다”며 “다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갑자기 자세를 바꿔서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정 소장은 “오바마 정부도 당초 예상을 뒤엎고 공화당보다 더 강한 대북 접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 대선에서 공화당이나 민주당 어디가 이기든 북핵 위협에 대한 강한 대응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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