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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통제와 역사수정주의…갈 곳 잃은 동남아 민주주의

시각 통제와 역사수정주의…갈 곳 잃은 동남아 민주주의

기사승인 2016. 10. 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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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_thai_students_uprising_Ratchadamnoen_Avenue
1973년 10월 14일 발생한 태국의 독재자 축출을 위한 민중봉기. 출처=/위키피디아
40년 전 10월 6일 태국 탐마삿(Thammasat) 대학. 축출됐던 태국의 독재자 타놈 끼띠카쫀 전 총리의 귀환에 항의하던 수십명의 학생들이 무장경찰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다.

40년 후 이곳을 방문해 관련행사에 참석하려던 홍콩 우산혁명의 주인공 조슈아 웡은 태국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했다.

태국을 비롯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의 민주주의가 기로에 섰다.

2014년 쿠데타로 실권을 장악한 태국 군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은 1965 ~ 1966년 자행된 학살에 조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권은 각종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공포정치로 인권을 짓밟고있다.

6일 태국에서 탐마삿 대학 학살 사건 40주년 추모식이 열렸지만 아직까지 태국 군부는 과거사에 대한 어떠한 해명도 하지않았다. 당시의 비극은 학살의 진실을 숨기려는 정부의 음모에 가려져 역사책에도 기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잔인했던 학살 사건을 수면위로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은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다. 1965 ~ 1966년 쿠데타 세력의 숙청 명목으로 수하르토 정권하에서 벌어졌던 50만 명 이상의 학살 사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아직까지도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다. 2년 전 취임한 조코위 대통령은 첫 민선 대통령이지만 아직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군부를 의식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비영리 매체 글로벌 보이스의 몽 팔라티노 에디터는 외교안보매체 더디플로맷에 기고한 글에서 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난날 자행한 학살 사건을 인지하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을 통제하려는데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국가는 역사수정주의를 내세우기도 한다. 필리핀 정부는 과거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정권에서 벌어졌던 각종 부정부패와 언론인들에 대한 투옥 등의 공포 정치를 부인하며 오히려 치켜세우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사망한 마르코스 전 대통령 시신의 마닐라 영웅묘지 이장을 승인하며 일부 국민들의 반발을 샀다. 대법원이 오는 18일까지 이장 준비를 중단하라고 명령하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대법원은 인권 피해자들의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법률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캄보디아특별재판소
크메르루주 정권 심판을 위해 설립된 캄보디아특별재판소. 출처=/위피키디아
이들 국가들이 과거사를 덮으며 국민들을 회유하는 방법은 경제 활성화다. 서민들과 밀접하게 관련된 경제를 성장시켜 아픈 과거는 지우려는 시도다.

인도네시아는 꾸준한 인프라 투자와 조세사면 정책·외국인 투자 등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일본경제연구센터와 닛케이는 최근 분기별조사를 통해 올해와 내년, 2018년의 인도네시아 경제성장률을 지난해의 4.8% 보다 높은 5.1%, 5.4%, 5.5%로 각각 전망했다.

앞서 18 ~ 21일 중국을 방문해 240억 달러의 경제협력을 약속받은 두테르테 대통령은 25일 일본 방문에 이어 연내 러시아까지 순방 범위를 넓히며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인권을 침해하는 공포정치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지만, 거침없는 그의 행보에 많은 국민들은 지지를 보낸다.

하지만 경제 성장과 함께 과거사에 대한 진실 규명도 정치인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유엔과 캄보디아 정부가 설립한 ‘캄보디아특별재판소’(ECCC)는 가장 좋은 사례가 된다. 1975년 캄보디아의 폴 포트 정권 크메르루주(Khmer Rouge)가 약 200만 명을 학살한 사건과 관련, 2014년 재판소는 당시 핵심 전범들인 누온 체아 전 공산당 부서기장과 키우 삼판 전 국가주석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인도네시아도 올해 4월 학살사건에 대한 증언과 화해를 모색하는 콘퍼런스를 열였다. 5월에는 학살 증거로 제시된 집단무덤 발굴조사팀을 꾸렸다. 현지 인권단체 ‘학살 희생자 조사재단’(YPKP)의 베조 운퉁 대표는 AFP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가 진지하게 느끼는 것 같다”며, “다음세대에 과거사의 짐을 지우지 않고 루훗 빤자이딴(정치안보법률조정부 장관)측에서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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