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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연대와 협력으로 원전 아니라 안전 시대 열어가자

[칼럼] 연대와 협력으로 원전 아니라 안전 시대 열어가자

기사승인 2016. 11. 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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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원전 아닌 안전” 지진과 원전 사고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며 행동에 나선 영남지역 학부모들이 외친 구호다. 우리 아이들에게 핵 없는 안전한 사회를 물려주고 싶은 엄마들이 거리로 나섰다. 경주 지진으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명확한데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원전뿐만이 아니다. 화력발전은 미세먼지를 내뿜고, 지나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기후변화는 이상 기후로 우리를 괴롭혔다. 올해 한국은 찜통같은 폭염과 지진관측 사상 최대 규모인 5.8의 지진을 경험했다. 폭염으로 수천 명이 건강 피해를 입었으며, 경주 일원과 울산지역에서는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강력한 태풍 피해까지 발생했다. 이번에 발생한 폭염, 지진, 태풍 모두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에너지 시스템의 안전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극한 기상현상은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뉴 노멀(New Normal)’, 다시 말해 새로운 기준이다. 즉,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대처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과거의 패러다임으로는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 세계 석학들의 견해다. 곧 발효될 파리협정은 세계가 화석에너지 시대에서 재생에너지 시대로 전환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우리의 에너지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서울은 시민의 힘으로 원자력발전소 1기의 발전량만큼 에너지를 절약하고 생산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원전하나줄이기’를 시작했다. ‘원전하나줄이기’는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은 늘려 원전 건설을 억제하는 서울의 지역에너지 정책이다.

원전 아닌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시작됐다. 180만명의 시민들이 에코마일리지에 가입하며 에너지 사용 줄이기에 동참했다. 또, 아파트 베란다에는 1만 6천 개의 미니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되었다. 공공청사와 지하철역에 119만개의 고효율 LED 등이 설치됐다. 주민들이 직접 에너지를 절약하고 생산하는 에너지자립마을은 55개소로 늘어났다. 360여개 초·중·고교에서 1만 6천 명의 학생들이 에너지수호천사가 돼 힘을 보탰다.

그 결과, 원전하나줄이기를 시작한 2012년 4월부터 지난 해 까지 원전 1.5기가 1년 동안 생산하는 전력량인 317만 TOE의 에너지를 대체했다. 이 과정에서 전원공급 차단으로 도시기능이 정지되는 것을 예방하고,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축적하고, 온실가스도 감축하는 등 1석 4조의 효과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시민의 힘으로 이루어낸 성과이다. 시민들은 이제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직접 생산하고 판매까지 하는 ‘에너지 프로슈머(Energy Prosumer)’다.

원전하나 줄이기의 성과는 수치뿐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원전하나줄이기가 추구하는 ‘지역상생’이라는 가치다. 에너지 생산량보다 소비량이 훨씬 많은 서울은 다른 지역 시민들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지금도 송전탑 건설로 고통받는 밀양과 청도의 주민들, 체내에서 검출된 삼중수소로 이주를 요구하는 경주 나아리 주민들, 갑상선암으로 한수원과 소송중인 고리원전 주변지역 주민들, 석탄화력발전소의 미세먼지로 고통 받는 당진 주민들이 있다. 서울은 다량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대도시로서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야 할 책임감, 에너지 생산의 고통을 지고 있는 다른 지역의 희생에 책임감과 연대의식을 가진다. 서울의 전력자립률을 높이는 것은 발전소와 송전탑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고통을 더는 방법이면서 동시에 서울시민과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경주, 울산, 부산 시민들의 원전 안전성에 대한 불안은 그 지역 시민들만의 몫이 아니다. 함께 연대하고 협력하며 대안을 찾아야 한다.

서울시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에너지 프로슈머’가 돼 에너지 정책 대전환에 참여하면 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확신한다. 지난 2015년 11월 서울, 경기, 충남, 제주가 함께 ‘지역에너지 전환’을 공동 선언하면서 그 첫발을 내딛은데 이어 곧 삼척도 합류할 예정이다. 앞으로의 에너지 정책은 편리나 효율이 아니라, 연대와 협력으로 만들어내는 ‘안전’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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