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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미전실 폐지하겠다”…오너-미전실-전문경영진 ‘3대축 체제’ 깨지나

이재용 “미전실 폐지하겠다”…오너-미전실-전문경영진 ‘3대축 체제’ 깨지나

기사승인 2016. 12. 0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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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인사 촉각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잘라야 하는 것 아니냐" 질타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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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전략실 해체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를 약속했다. 재벌기업의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오너-미래전략실-전문경영진으로 이뤄진 삼성의 3대 경영축도 오너와 전문경영진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재계에선 삼성이 내년초 대규모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 78년 역사 함께한 ‘실’
이 부회장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창업자이신 선대회장께서 만드셨고 (이건희) 회장께서 유지를 해오신 조직이라 이야기하기 조심스럽지만 미래전략실에 대한 많은 의혹과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국민 여러분께서 부정적인 인식이 있으시면 없애겠다”고 말했다.

미래전략실은 삼성전자에 소속돼있지만 그룹 전체의 경영기획·인사·재무 업무를 총괄하는 핵심 조직이다. 계열사의 감사 및 경영진단도 미래전략실의 주요 기능이다. 삼성중공업·삼성전자 IM부문 등 경영 위기에 빠진 계열사의 문제점을 진단해 오너 일가에 보고하는 역할도 미래전략실이 수행한다.

삼성은 오너가 구상한 경영방침을 미래전략실과 전문경영진이 뒷받침하는 경영방식을 취해왔다. 미래전략실의 전신은 이병철 선대 회장 비서실과 삼성 구조조정본부다. 2008년 삼성 특검 후 미래전략실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비서실에서 시작된 조직답게 그룹 전체 경영구상 외에 오너 일가를 보좌하는 역할도 미래전략실 몫이다.

이 부회장 역시 최순실 국정농단에 삼성이 연루됐다는 것을 미래전략실을 통해 보고받았다. 그는 “(독일 쪽에 돈을 줬다는 것을) 미래전략실에서 들었다. 미래전략실 실장과 팀장들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문제가 되고나서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삼성의 현재 지배구조에서 미래전략실을 당장 없애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은 지주사 대신 삼성생명-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래전략실을 없애면 그룹을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릴 조직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유사한 기능을 하는 또 다른 조직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삼성”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삼성그룹 의사결정은 이사회가 아닌 미래전략실에서 이뤄지며, 미래전략실은 막강한 권한 행사를 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사업을 위해서 많은 경우 무리한 판단을 하게 되고 심할 경우 불법적인 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환골탈태해야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규모 인사이동 예고?
미래전략실 소속 직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왜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을 해고하지 않느냐”며 “회사돈 300억원을 최순실 일가 지원에 사용한 장 사장이 조직에 남아 있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 부회장은 “조사가 끝나면 저를 포함해서 저희 조직내에 누구든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삼성 한 관계자는 “당혹스럽다.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삼성의 정기 사장단·임원 인사도 내년으로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매년 12월 초 해왔던 사장단·임원 인사를 이달 중순 이후로 연기한 바 있다. 지난해엔 12월 1일 사장 승진 6명, 대표 부사장 승진 1명, 이동·위촉업무 변경 8명 등 15명 규모의 정기 사장단 인사를 내정해 발표했다. 사장단·임원 인사 이틀 후엔 상무~부사장급 승진인사를 발표해왔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마칠 때까지 임원 인사를 섣불리 단행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인사 대상자 가운데 1명만 변경해도 판을 다시 짜야 한다. 특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인사를 단행하긴 어렵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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