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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경제 견인하는 ‘해외 송금’

필리핀 경제 견인하는 ‘해외 송금’

기사승인 2016. 12. 1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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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펙셀
올해 3분기(7~9월) 전년 동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7.1%를 기록한 필리핀에서 이달 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국내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필리핀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 배경으로 ‘해외 송금’이 꼽혀 주목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 마닐라의 대형 쇼핑몰 SM몰의 지주회사인 ‘SM인베스트먼트’의 7~9월기 매출액은 829억 페소(약 1조95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나 증가했다. 이처럼 필리핀 국내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개인 소득 수준이 상승하고 있는 한편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는 ‘해외 이주 노동자’가 본국으로 송금하는 금액의 규모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매체는 분석했다.

필리핀 중앙은행에 따르면 올해 1~9월 외화 송금액은 총 200억 달러로(약 23조46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올해 외화 송금액 또한 사상 최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화 송금액이 증가한 것은 달러에 대한 필리핀 페소 약세의 영향이 크다. 필리핀 해외 이주 노동자에 정통한 이민·개발문제 연구소의 제레마이어 오피아노 사무국장은 “해외 노동자는 달러 강세가 되면 본국 송금액을 늘리려고 한다. 돈을 받는 가족이 사용할 페소가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달러로 같은 금액을 보내더라도 달러 강세일 경우, 페소로 환전하면 가족이 쓸 돈이 더 많아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수출 산업이 부족한 필리핀의 무역수지는 만성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해외 송금액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차지하면서 무역 적자 금액을 웃돌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를 해외 송금액이 채워주는 것은 물론 경기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카를로스 도밍게즈 필리핀 재무장관은 “페소 강세보다 페소가 약간 약세인 것이 우리나라 경제에 좋다”고 언급한 바 있다. 5일 필리핀 국무회의에서는 정부가 경영하는 은행 등을 개편해 해외 이주 노동자를 겨냥한 은행으로 만드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이들의 송금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아벨라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해외 노동자를 현대의 영웅으로 평가하는 우리의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외로 이주하는 노동자가 많다는 것은 국내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증거이므로 필리핀 정부가 공식적으로 해외 취업을 권장하기는 어렵다. 또한 가족간의 유대감이 끈끈한 필리핀에서 가족을 떨어져 살게 하는 상황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이에 따라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권은 역대 정권과 마찬가지로 해외 이주 노동자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닛케이는 두테르테 정권이 국내 고용 기회를 창출하는 한편, 해외 이주 노동자에게 경기 견인을 기대하는 양가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유가 하락의 여파로 올해 8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자리를 잃고 귀국하는 노동자 100여명을 필리핀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에서 직접 마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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