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의 고민…탈당·신당 구상에 비주류 반응 ‘시큰둥’

김무성 "탈당해 신당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심각한 고민"
유승민 등 반대로 비상시국회의 동조 얻는 데 실패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사진 = 이병화 기자@photolbh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13일 “새누리당을 탈당해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심각한 고민을 지금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새누리당 비주류계의 탈당과 신당 창당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무책임한 좌파에 이 나라를 맡길 수 없지만, 친박들이 장악한 지금 새누리당으로는 어떤 변신을 해도 국민이 진정성을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좌파의 집권을 막을 수 없다”면서 “이제 가짜 보수를 걷어내고 신보수와 중도가 손잡고 좌파 집권을 막고 국가 재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이라는 건 동지들과 같이하는 것이므로 동지들과 고민을 같이하고 있고, 조금 더 신중하게 상의하고 여론 수렴을 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김 전 대표의 탈당이 현실화할 경우 앞서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 김용태 의원 등의 ‘새누리 탈당파’, 이재오 전 의원의 늘푸른한국당,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이끄는 ‘새한국의 비전’ 등과의 연대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김 전 대표의 이 같은 구상은 이날 비주류가 주축이 된 비상시국회의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비상시국회의의 핵심 축인 유승민 의원은 비공개 회의에서 “이정현 대표가 매번 28만 당원을 얘기하는데 우리야말로 28만 당원을 저들(친박)에게 맡겨두고 당을 떠날 수 없다”며 “당의 당원 동지들, 선배들을 어떻게 저들에게 남겨두고 갈 수 있느냐. 우리는 할 수 있는 데까지 당에 남아 끝까지 해야 한다”며 탈당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다수의 비상시국회의 참가자들이 유 의원의 주장에 동조했고 탈당과 신당 창당은 주요 의제가 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 의원은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당 안에서 당 개혁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잔류 의사를 거듭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김 전 대표가 선도 탈당을 감행하더라도 김 전 대표와 함께 당을 떠날 현역 의원의 수가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한 비주류계 의원은 “유 의원의 동참 없이는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한 20명은커녕 한 자릿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은 전력을 다해 싸워야할 때이고 탈당은 정말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자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한편 김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친박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파트너가 아니라 정치적 노예들”이라며 “그들에게 권력은 박 대통령이 그들에게 하사한 것이고 은혜를 베푼 사유물이라고 착각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전 대표는 “어제 당의 최고위원회에서 너무나 듣기 민망하고 국민들께 죄송한 저질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 발언은 왜 범죄자인 대통령을 끝까지 보호하지 않느냐는 항변이다”고 일갈했다.

특히 “박 대통령에 대한 일체의 건전한 비판도 배신이라는 딱지를 붙여서 금기시하는 그들의 노예 근성이 결과적으로 대통령도 죽이고 우리 새누리당도 죽였다”며 “국민에 대한 도리보다 권력을 나눠준 사람에 대한 의리를 생명처럼 여기는 조폭의 논리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