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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부금 영수증 장사와 실종된 납세의식

[칼럼] 기부금 영수증 장사와 실종된 납세의식

기사승인 2016. 12. 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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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기부금 영수증으로 세금을 공제받으려는양심 없는 납세자와 이를 이용해 먹은간이 부은 단체가 적발됐다. 국세청은 최근 가짜 기부금 영수증을 5건 이상 또는 5000만 원 이상 발급한 단체 55개 등 58건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중 7개 단체는 검찰에 고발됐다. 지난해에는 63개 단체가 적발돼 4개 단체가 검찰에 고발됐었다.

 

기부금을 낸 것처럼 허위 영수증으로 연말정산을 하고, 얼마라도 세금을 돌려받기 위한 꼼수 납세자와 가짜 영수증을 발급하고 일정액을 현금으로 받아 챙기려는 단체의 음흉한 속셈이 만나 저질러진 일이다. 가짜 영수증을 만들어달라고 한 사람이나 만들어준 사람이나 얼굴에 철판을 깔기는 마찬가지다.

 

국세청 발표를 보면 눈에 띄는 게 있는데 유독 종교단체가 많다는 점이다. 종교 단체 가운데도 불교와 관련된 곳이 많았다. 사찰에서 가짜 기부금 영수증이 많이 발급됐다는 얘기인데 실제로 기부금보다 몇 십 배의 거짓 영수증이 발급되기도 했다. 아마 국세청이 철저하게 검증할 줄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

 

이들 단체는 거짓 영수증이 불법인 줄 알면서 왜 이를 남발했을까? 쉽게 말해 돈벌이 수단이다. 발급 금액의 2~3%가 단체의 몫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아예 1건에 5만 원~10만 원을 받은 곳도 있다. 이 정도면 걸릴 때 걸리더라도 당장은 돈이 되는 장사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종교단체 대표자 A씨의 경우 배우자 B씨와 여러 단체를 운영하며 억대의 거짓 영수증을 발급했다. 물론 수수료를 2~3% 받았다. 일시적으로 검은 주머니가 채워졌지만 결국 들통이 나고 조세범처벌법상 성실신고의무 방해 행위로 검찰에 고발되고 말았다. 납세자도 거짓 서류로 공제받은 금액이 모두 추징됐다.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거짓 기부금 영수증은 성불X사가 1323건에 2514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만덕X사는 1242건에 97700만 원, 천운X1120건에 68800만 원, 건국X420건에 78800만 원, 도성X409건에 4200만 원, 천강X367건에 82800만 원이었다. 한국호돌이문화X재단은 1건에 11억 원이었다. 이 정도 규모라면 국세청에 적발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밖에 환경단체, 장애인단체, 문화단체, 소외계층 관련 단체도 거짓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했다가 적발됐다. 이번에 적발되지 않은 단체나 기관 가운데도 거짓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한 곳이 많이 있다고 봐야 한다. 단지 액수나 건수가 적어 적발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납세자는 연말이 되면 연말정산을 통해 낸 세금을 돌려받으려고 각종 영수증이나 증빙서류를 챙긴다. 기부금 영수증은 이런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요즘은 세무당국이 철저하게 사실여부를 가리지만 얼마 전만 해도 거짓 기부금 영수증이 많이 나돌았던 게 사실이다. 재수 없게 걸리면 토해내고, 걸리지 않으면 그냥 넘어간다는 식이었다.

 

이제 가짜 기부금 영수증은 없어져야 하는 데 중요한 것은 납세자들의 자세다. ‘돈을 번만큼 세금을 낸다는 윤리의식이 확립돼야 한다. 기부를 안 했으면 안 한 대로 세금을 내는 마음이 납세자의 마음속에 숨 쉬어야 한다. 기부는 하지 않고 수를 써서라도 세금을 덜 내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면 국세청의 수고는 줄어들지 않는다.

 

이를 위해 거짓 기부금 영수증 발급 가담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 지금처럼 되돌려 받은 세금을 추징하는 정도로 끝난다면 가짜 기부금 영수증을 없어지지 않는다. 현재 가장 무서운 게 검찰에 고발해 조사를 받게 하는 것인데 법 자체가 관대해 웬만해서는 무서워하지도 않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국세청은 매년 근로자와 사업자가 제출하는 기부금 명세를 전산으로 분석하고 의심이 가면 기부금단체 현장 확인을 통해 가짜를 밝혀낸다. 거짓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한 단체는 발행금액의 2%, 부당공제 받은 근로자나 사업자는 최고 95%의 가산세가 부과될 수도 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가산세로는 가짜 기부금 영수증을 막을 수 없다. 더 강력한 처방이 있어야 한다. 1억 원 상당의 거짓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했다 탄로 날 경우 현재 대로가면 200만 원의 가산세를 내는 데 만일 가산세를 50% 정도로 높인다면 거짓 기부금 영수증은 말 자체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돈 몇 푼 챙기려다 큰 코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종된 기부문화도 되살려야 한다. 나누는 마음으로 기부금을 내고 떳떳하게 영수증을 받아 제출하는 문화가 뿌리 내리도록 국세 당국이나 납세자, 기업과 단체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힘이 닿는 대로 기부하고, 정확한 기부금 영수증을 받아 정정당당하게 연말정산의 혜택을 보는 사회가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아름다운 정의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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