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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TSMC의 이유 있는 ‘승승장구’

[칼럼] TSMC의 이유 있는 ‘승승장구’

기사승인 2017. 01. 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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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팹2 전경 / 제공=TSMC 홈페이지
최광성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T) 책임연구원 = 화룡점정이라는 말이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 화룡점정은 후공정, 즉 반도체 패키징 분야라고 말하고 싶다. 반도체 공정상 제일 마지막 순서이며 반도체 칩을 외부와 연결해주기 때문이다. 필자의 주장에 반도체 업계 관계자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공정상 마지막이라는 말에는 동의해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말에는 수긍하지 못할 것으로 추측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애플의 신규 스마트폰용 AP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선정은 반도체 업계 초미의 관심사다. 익히 알려진 바대로 아이폰 7에 탑재된 A10은 전량 대만의 TSMC에서 생산한다. 애플이 장기적으로 삼성에 기술 노출을 우려한 것도 있겠지만, TSMC의 차별화된 후공정(패키징)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얇은 부품 두께를 선호하는 스마트폰 제조사에 수백 마이크로미터의 두께를 절감할 수 있는 TSMC의 기술은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스마트폰 발열 문제에 있어서도 TSMC의 패키징 기술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

A10 전량 생산에 자신감을 얻은 TSMC는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에 약 10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인텔도 뒤이어 첨단 패키징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특히 인텔은 가장 큰 후공정 파운드리 업체 2곳의 연구개발(R&D) 투자 예산보다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고 한다. 삼성전기는 약 3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일련의 사례로 반도체 패키징 분야의 부가 가치가 전공정 못지않게 사업의 승패를 결정할 정도의 위상을 갖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른바 반도체 패키징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반도체 패키징 기술은 또한 스마트폰 사용자가 직접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혀나가고 있다.

여기서 TSMC의 도전적인 반도체 패키징 기술 개발 전략의 출발점을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TSMC의 전략이 지속 가능한지, 혹은 다른 경쟁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TSMC가 첨단 패키징 사업에 진출하면서 올린 성과는 크게 두 가지다.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와 FOWLP(Fan Out Wafer Level Package)가 그것이다. CoWoS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의 첫 양산 사례로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에 적용했다. 초기에는 FPGA 팹리스(설계) 회사가 TSMC, 인터포저, 후공정 파운드리 회사와 함께 개발했다. 개발중 공정시 발생하는 문제를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문제가 대두됐다. 이는 실리콘 인터포저 및 관련 접합 기술이 당시 새로운 기술이어서 불량률이 높았고 불량 원인도 다양했기 때문이다.

TSMC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턴키 솔루션을 제안했고 후공정 기술로 획기적인 CoWoS 기술을 선보였다. TSMC는 초기 낮은 수율로 팹리스의 요구를 맞추기 어려워지자 웨이퍼 투입수량을 증가시켰다고 한다. 즉 마진에 대해 어느 정도 손실을 감안하고 사업을 운영한 것이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TSMC는 지금도 FPGA 팹리스 회사와 독점적으로 거래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현재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개발중인 팬아웃 제품에 대해 시사점을 제공한다. 초기 불안정한 수율에 대한 운신의 폭이 필요한 것이다.

반도체 패키징에 대한 인식의 전환 및 전략적 접근도 필요하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부가가치를 전공정과 관련된 것으로 인식했고 그에 따라 투자를 해왔다.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는 단기적이고 제한적인 투자만을 고집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으로는 다가오는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어렵다. 향후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 요구되는 투자 규모는 점점 커질 것이다. 팬아웃과 2.5D 등 반도체 패키징에서 웨이퍼 레벨 혹은 패널 레벨 패키징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후공정 파운드리 업체는 공격적인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의 ASE와 SPIL도 최근 합병했다.

반도체 패키징 인력에 대한 안정적인 투자도 중요하다. 몇 년 전 실리콘밸리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현재 전세계 반도체 패키징 엔지니어 중 가장 똑똑한 사람은 TSMC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 이유는 안정된 일자리와 높은 연봉, 혁신적인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혁신 제품은 전략적 판단, 적절한 투자, 인재에 대한 합당한 보상에서 비롯된다. 새해 벽두 다음과 같은 질문이 우리를 괴롭힌다. 또 한번 TSMC에 선두를 빼앗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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