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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든 것을 바친 복수, 그 뒤에 남은 허망함...연극 ‘조씨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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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든 것을 바친 복수, 그 뒤에 남은 허망함...연극 ‘조씨고아’

전혜원 기자 | 기사승인 2017. 01. 2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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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웅표 비극, 지루하진 않지만 호오(好惡)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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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조씨고아, 복수의씨앗’ 중 한 장면./제공=국립극단
“간신은 나라를 좀 먹는구나.” “이 세상을 탄식하며 미련 없이 웃는다.” “이 세상은 꼭두각시의 무대라 북소리 피리소리에 맞춰 놀다보면 어느새 한바탕의 짧은 꿈.”

최근 명동예술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의 막을 올린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는 현 시대와 교묘하게 겹쳐지는 대사들이 종종 등장한다. 때문에 옛 중국의 이야기임에도 울림이 크다.

국립극단이 올해 첫 테이프를 끊는 공연으로 선택한 이 작품은 개막 전부터 화제가 됐다. 2015년 초연된 뒤 동아연극상, 대한민국연극대상,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올해의 공연 베스트7 등 내노라하는 국내 연극상을 휩쓴 작품이기 때문이다.

또한 고선웅 연출 본인은 몰랐다고 하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고 연출을 블랙리스트로부터 제외시켜준 연극인 것으로도 이슈가 됐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2015년 ‘조씨고아’를 본 박민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작품이 너무 좋아 고 연출을 블랙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을 (청와대에)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작품은 권력에 눈이 먼 간신의 계략으로 충신의 가문이 몰살당하나, 핏줄 하나가 살아남아 복수를 자행한다는 줄거리다. 중국 무협 영화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지만 고 연출의 손길에 의해 나름 지루하지 않게, 희비극이 독특하게 버무려졌다.

고 연출의 지난 여느 작품과 마찬가지로 특유의 유머와 몸개그가 등장하는데, 이는 관객 성향에 따라 호오(好惡)가 갈릴 듯하다. 이는 2시간이 넘는 공연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흘러가게 하지만, 다소 거슬릴 수도 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재작년 공연 중 안타깝게 운명을 달리 한 고(故) 임홍식 배우가 맡았던 충신 ‘공손저구’ 역을 맡은 정진각 배우의 득도한 듯한 연기가 돋보였다.

“아부아첨을 하며 진수성찬을 누린들 내 팔자만 할까나”라며 관직을 내려놓고 초야에 묻혀 지내던 공손저구는 조씨 가문의 하나 남은 혈통 조씨고아를 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며 죽는다. 편안하면서도 흐트러짐 없는 발성의 정진각 배우는 명대사로 극에 감동을 더했다.

간신 도안고 역의 배우 장두이 역시 두말할 나위 없이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다. 오랜 내공과 그만의 강렬함은 무대를 장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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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조씨고아, 복수의씨앗’ 중 한 장면./제공=국립극단
또한 이 연극은 ‘하성광의 연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의 역할과 연기가 주목을 끈다. 조씨고아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자식까지 희생시킨 필부 정영 역을 맡은 하성광은 한없이 평범한 소시민이 웅장한 비극의 대서사시를 이끌며 겪는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특히 그가 죽은 자신의 아이를 안고 가는 모습이나, 자식을 죽인 이 앞에서 가짜 웃음을 웃어야 하는 모습 등은 보는 이를 울컥하게 만든다. 복수가 끝난 뒤 철없이 기뻐하는 조씨고아와는 달리, 정영은 복수의 허망함에 관해 보여준다.

연극에는 원작에 없는 정영의 처가 등장하는데, 설정은 좋았으나 배우의 연기가 다소 아쉽다.

이번 공연에서는 검은 부채를 든 ‘묵자’도 눈길을 끈다. 죽음의 장면 장면마다 사실적 묘사보다 묵자의 등장을 통한 연극적 장치를 적재적소에 사용해 극의 품격을 높였다.

연극 ‘조씨고아’는 지난해 중국 베이징 국가화극원 대극장 무대에 올라 중국에서도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중국 연출가 양션은 “중국 극장에서, 중국 이야기를 가지고, 중국 관객을 정복했다”고 표현했다. 앞으로 이 작품이 세계무대에서 한국을 빛낼 소중한 연극 자산이 되길 바란다.

공연은 다음 달 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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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조씨고아, 복수의씨앗’ 중 한 장면./제공=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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