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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을 보내며

[취재뒷담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을 보내며

기사승인 2017. 01. 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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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사진=박지은 기자 @Ji00516
삼성전자가 오는 23일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을 발표합니다. 지난해 8월 화려한 등장부터 단종, 발화 원인 공식 발표까지 6개월의 고단한 여정이 마무리되는 겁니다.

6개월간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대응과 소비자들의 반응을 근거리에서 지켜본 기자 역시 마음이 묘하더군요. 지금에야 하는 말이지만 갤럭시노트7은 기자에게도 특별한 스마트폰이었습니다. 매일 수없이 쏟아지는 신제품에 무뎌졌었는데, 직접 보고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거든요.

더욱이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갤럭시S7’ 언팩은 직접 참가했지만, 갤럭시노트7의 뉴욕 언팩은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갤럭시노트7을 직접 손에 쥐어보고 살펴본 타사 기자들의 기사는 쏟아져나오는데, 본 적이 없으니 기사조차 쓰기가 어려웠습니다. 제한된 정보로만 기사를 쓰려니 속이 타 들어갔지요.

그때부터 삼성전자가 코엑스, 서초사옥 지하 딜라이트 매장 등에 갤럭시노트7을 전시를 했다는 소식만 들리면 당장 달려갔습니다. 홍채인식, 업그레이드된 양면 엣지와 S펜 기능도 궁금했거든요. IT 분야를 취재하며 4년을 보냈지만 이렇게까지 직접 보고싶은 제품은 갤럭시노트7이 처음이었습니다.

이동통신 3사에 쏠린 갤럭시노트7 예약 물량만 40만대에 달한다는 기사를 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통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IT 전문 온라인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독자는 ‘갤럭시노트7이 폭발했다는 글이 올라왔는데 한국 기자들은 왜 확인하지 않느냐’고 질책했습니다. 그가 보내준 링크엔 정말 검게 그을린 갤럭시노트7의 사진이 담겨있었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치열하게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바로 그날 아침까지만 해도 갤럭시노트7의 기능과 뜨거운 인기에 대한 기사를 썼으니까요. 그리고 지금까지 갤럭시노트7의 단종과 삼성전자의 사과, 회수용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 외신들의 반응 같은 기사를 썼습니다. 그토록 칭찬했던 최신 스마트폰이 단종이란 최악의 상황을 맞는 것은 저 역시 처음이기에 마음이 묘했던 모양입니다.

이번 상황을 취재하면서 ‘참 삼성전자답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왜 이런 실수를 했을까? 라는 궁금증도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궁금증은 삼성의 한 관계자가 들려준 이야기에서 어렴풋이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갤럭시노트7을 단종하던 날 만났던 그는 “우린 결국 제조사라는 겁니다”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생산은 중국, 인도 등에 맡기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이 아니라, 아이디어부터 제품 생산까지 도맡아 한다는 의미지요.

그는 또 “배터리든, 설계든, 소프트웨어 문제든 품질에 생긴 빈틈을 미리 알아채지 못한 것이 이 모든 상황의 시작 아니겠어요?”라고 되물었습니다. 잘못의 시작은 내부에 있으니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모두가 궁금해했던, 그래서 추측만 무성하게 내놨던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은 23일 발표됩니다. 아직 일부 소비자들이 갤럭시노트7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지만, 23일 발표로 일련의 상황들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갤럭시노트7을 잊어도 삼성전자는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갤럭시노트7 단종이 삼성전자의 제조업 본질을 일깨우는 계기로 남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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