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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인터뷰①] ‘미드나잇’ 백형훈 “난 배두훈 형보다 귀여운 연하남편”

[AT인터뷰①] ‘미드나잇’ 백형훈 “난 배두훈 형보다 귀여운 연하남편”

기사승인 2017. 01. 23.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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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부부보다는 좀 더 사랑이 넘치는 연기를 해야 해서 연하남편처럼 애교도 부리고 사랑스럽고 귀엽게 하려고 했다.”

뮤지컬 ‘미드나잇’을 본 관객들은 백형훈에 대해 하나같이 ‘연하남편’ 같다고 말한다. 캐릭터 소개란에 따르면 그가 연기하는 ‘남자’는 끔찍이 사랑하는 아내를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헌신적인 남편이다. 어디에도 연하남편을 연상케 하는 표현은 없지만 극의 임팩트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백형훈은 자신의 성격과 극중 캐릭터를 분석해 ‘연하남편’이라는 설정을 추가했다. 실제로 백형훈의 ‘남자’는 극 초반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엽다. 그래서 ‘비지터’를 통해 비밀이 드러날수록 ‘남자’에 대한 안쓰러움과 안타까움은 더욱 커진다.

‘미드나잇’은 무대 위에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미스터리 인물 ‘비지터’를 꽤나 매력적으로 그린 작품이지만 감정의 폭이 큰 ‘남자’의 감정선을 따라가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남자’ 시선에서 분석한 뮤지컬 ‘미드나잇’은 어떨까.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백형훈은 흥미로운 얘기를 한보따리 풀었다.

- 작품 선택 계기는 무엇인가.
“대본을 읽었을 때 내가 재미있게 본 연극인 ‘데스트랩’ 같은 느낌이 들었다. ‘데스트랩’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뮤지컬이라서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또 뮤지컬 ‘쓰루더도어’를 같이 했던 제작자들과 인연이 돼서 겸사겸사 다 같이 의기투합해보자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

- 작품 자체의 매력도 있지만 대본을 읽고 본인이 연기하는 ‘남자’ 캐릭터에서도 매력을 찾았을 것 같다. 그는 어떤 사람인가.
“뮤지컬이기 때문에 처음에 넘버를 집중적으로 들어본다. 선율이 내 마음을 흔들더라. 그래서 ‘남자’에게 마음이 많이 갔다. 텍스트를 봤을 때는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가장 큰 역할은 내레이터다. 사건의 모든 면을 많이 설명해준다. 그 상황 속에서 사랑스러운 남편, 시간이 지나면서 이기적이고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다가 심약한 모습도 보여준다. 좀 귀여운 구석도 있고 한 배역인데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많이 느꼈다. ‘비지터’는 딱 해야 할 범위가 정해져있는데 남편은 자칫 잘못하면 너무 과해져버리고 그렇다고 안하면 너무 약해져버리고 이런 문제가 있어서 배두훈 형이랑 고민 많이 하면서 연습했다.”

- 더블캐스트인 배두훈과 조금 다른 ‘남자’를 그릴 것 같은데 배두훈과 차별화된 본인만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배두훈 형보다 귀여운 것 같다.(웃음) 우리끼리 연습실에서 나는 연하남편 같고 두훈이 형은 삼촌미가 있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연습하다가 두훈이 형이 좀 피곤해할 때 가서 ‘삼촌~ 삼촌 힘내요’ 그랬다. 그런 차이가 있지 않을까. 내가 연하남편 같다면 두훈이 형은 되게 자상하고 든든해 보이는 남편이다.”

- 혹시 연하남편을 콘셉트 삼아 더 그렇게 보이려고 연기하고 있는 건가.
“딱히 그것을 더 해야겠다고 한 건 아닌데 연출님의 요구가 좀 있었다. 앞에서 부부가 정말 사랑스러워서 보는 사람들이 닭살 돋을 정도의 느낌이 있어야 뒤의 사건들이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에 일반 부부보다는 좀 더 사랑이 넘치는 연기를 해야 했다. 어른스러운 남편처럼 해 봤자 엄청 어른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예 보는 사람들이 어색하지 않도록 연하남편처럼 좀 더 애교도 부리고 사랑스럽고 귀엽게 하려고 했다.”

-개막한지 열흘 지났다. 프리뷰공연을 거쳐 오늘 본 공연 첫날인데 소감이 어떤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재미있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 연습 분위기가 되게 좋아서 그게 공연에서도 고스란히 보였으면 싶었는데 그런 것 같아서 좋다. 배우들끼리도 사이가 너무 좋아서 행복하다.”

- 공연을 해나가면서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길 것 같다. 
“소재 자체는 굉장히 무거운데 극을 무겁게 풀어내지 않은 작품이고 풍자성이 강한 서스펜스 코미디다. 자칫 잘못하면 코미디를 전혀 살리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을 우리끼리 느끼고 있다. 대놓고 웃기자는 건 아니지만 장면 장면을 보면서 어이없게 웃음이 나오는 상황들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주는 웃음, 그게 꼭 필요한 것 같다. 웃고 나서 그 뒷맛이 씁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왜냐하면 결국엔 공연을 관람하는 분들한테도 해당할 수 있는 얘기다. 누가 정말 잘못한 것이고, 사회가 이들을 이렇게 만든 건지 거기에 순응한 사람들이 잘못한 건지 판단은 보시는 분들이 하는 거기 때문이다.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웃었을 때 ‘내가 웃어도 될 만큼 부끄럽지 않은 사람인가’ 그런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긴 하다. 자칫 무겁게만 보시거나 너무 웃음 쪽에만 포인트를 두실까봐 그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영상 편집=이홍근 기자, 공연영상 제공=모먼트메이커

-연습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대사가 정말 많다. 이 작품은 뮤지컬이지만 음악극에 가까워서 연극적인 작품이다. 대사가 너무 많으니까 대사를 표현할 때 아직 이해되지 않아서 나오는 것들이 웃겼던 게 많다. 정원영 형 같은 경우에는 ‘역시 혁명 영웅이야’ 라는 대사가 있다. 흥분해서 하다보니까 ‘역시 혁명 형훈이야’ 라고 한 것이다. 그것만 하면 사람들이 웃기 시작했다. 내가 한때 ‘혁명 형훈’이었다. 또 원래는 ‘한 건 한 거니까’라고 한 건을 해낸 거라는 말인데 ‘한 건 한 건이니까’ 이런 식으로 대사가 꼬여서 웃었던 적도 있다. 이건 연출님한테 좀 죄송한 일인데 한번은 멀티 하는 배우 중에 도정연이라고 있다. 그 친구가 웃음이 좀 많다. 그래서 연습 중 좀 진지한 신에서 웃어버렸다. 연출님이 그 친구를 고쳐주고자 뭐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 배우들이 그걸 놀리기 시작했다. 정확하게는 연출님이 ‘나가! 어떻게 그렇게 진지한 신에서 웃을 수가 있어’ 이렇게 하셨는데 우리는 웃긴 신에서도 웃기만 하면 다들 ‘나가 어떻게 웃을 수 있어’ 이랬다. 연출님도 놀리고.(웃음) 분위기가 좋으니까 가능한 것이다. 연출님이 그렇게 하는 걸 어떻게 배우들이 패러디 하겠냐. 연출님도 우리 또래라서 우리끼리 되게 재미있게 했다. 원영이 형이 참 분위기를 잘 주도했다. 진짜 웃긴 형인 것 같다. 그래서 진지한 대사를 할 때도 웃길 때가 있었다. 내가 만난 배우 중에 톱인 것 같다.”

- 공연하면서 어려웠던 신이나 넘버가 있었나.
“‘남자’ 같은 경우는 에너지를 너무 요구하기 때문에 한번 하고 나면 정말 힘들다. ‘남자’ 역 자체가 감정의 폭이 크고 대사가 길고 많다. 느끼는 대로 하는 게 중요하긴 한데 화술적인 걸 너무 무시하고 해버리면 듣는 사람들이 모를 수가 있다. 내레이터가 1차적인 남자의 역할인 것 같아서 그걸 잘 전달하면서도 상황에 맞는 감정을 같이 쏟아야 되니까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제일 힘든 것 같다. 안 그러면 말이다 보니까 목도 너무 아프다. 노래는 발성으로 하기 때문에 노래하면서 목이 아픈 적은 거의 없었다. 이건 감정을 요구하면서도 날것의 느낌이 있어야 되니까 그게 힘든 것 같다. 2회 하는 날은 진짜 너무 힘들다.”

- 제일 좋아하는 넘버 좀 소개해 달라.
“내 넘버는 아니고 ‘렛 미 슬리프’(Let me sleep)라고 여자 멀티가 부르는 노래가 있다. 극중에 심문을 받는 여자가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는 노래인데 박주희 배우가 너무 잘 소화해주기도 하고 눈물을 쏙 뽑더라. 내용이 슬프다. 고문을 너무 많이 받아서 차라리 죽여 달라는 내용을 시적으로 풀었다. 아무래도 극 속에만 있는 내용이 아니라 독재정권이 있었던 어느 나라에나 있을 수 있었던 얘기니까 더 확 오더라. 내 생각에는 제일 좋은 넘버인 것 같다.”

- 아직 공연을 보지 못한 예비 관객을 위해 ‘미드나잇’을 왜 봐야하는지 어떤 재미가 있는지 관전 포인트 좀 짚어 달라.
“대극장은 웅장하고 전율을 느끼는 드라마나 장면이 많다. 확실히 주는 힘이 있기 때문에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다. 반면 중소극장은 디테일한 부분까지 볼 수 있다. 워낙 극장이 작기 때문에 배우들 표정까지 보인다. 집에서 드라마나 영화 보실 때의 느낌으로 화면 속이 아닌 살아있는 드라마를 보는 것이다. 특히 우리 작품은 무거운 주제지만 웃으면서 볼 수가 있다. 메시지를 전달하고 철학이 있으면서도 가볍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이니까 마음은 가볍게 오셨으면 좋겠다. 대신에 보고 났을 때는 마음이 무거운, 그러니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작품이니까 참고하고 오시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풍자극 본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영상 편집=이홍근 기자, 공연영상 제공=모먼트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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