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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투기장으로 변한 주식시장, 한방 욕심에 ‘피눈물’

[취재뒷담화]투기장으로 변한 주식시장, 한방 욕심에 ‘피눈물’

기사승인 2017. 02. 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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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식시장에서 개미(개인투자자)들의 거래행태는 ‘투자’보다 ‘레저’에 가깝습니다.”

한 투자은행(IB) 전문가는 개미가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이 같이 지적했습니다. 기업의 실적이나 미래가치와는 상관없이 주변의 소문만 믿고 베팅하는 일부 개인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는 복권이나 도박 등의 사행행위와 마찬가지라는 얘기입니다.

최근 주식시장에는 한탕주의를 좇는 개미들의 말로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동안 급등락을 반복하며 투기장으로 전락했던 한진해운은 2일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가 결정되면서 거래가 정지됐습니다. 이달 17일 파산선고가 내려진다면 한진해운은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되고 주식은 휴지조각 신세가 될 예정입니다. 거래정지 직전 외국인이 181만주를 팔아치우며 빠져나갈 때, 178만주를 사들이며 대박을 좇던 개미들은 폭탄을 떠안게 됐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복잡해진 정치상황을 틈타 개미들의 놀이터였던 정치 테마주가 개미들의 무덤으로 뒤바뀌었습니다. 지난 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다음날 테마주로 분류됐던 종목들이 일제히 하한가로 직행했습니다. 대표적인 ‘반기문주(株)’로 손꼽혔던 성문전자의 경우, 이틀 새 시가총액의 절반이 증발했습니다.

곧 다가올 위험의 징후에도 몇 번씩 상한가를 치는 종목들은 개미들을 자극하기 충분했습니다. 특히, 올해 들어 한진해운의 회전율은 902.96%로 단기차익을 노리는 개미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습니다. 시장에서는 언제라도 파산선고가 내려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일확천금의 꿈에 묻혀버렸습니다.

지난해 발표한 기획재정부의 ‘복권에 대한 인식조사’ 설문 항목에는 복권을 비롯해 카지노·경마와 함께 주식도 포함돼 증권업계의 반발을 샀습니다. 의미심장한 건 조사결과 주식의 사행성에 대한 인식이 복권과 경정·스포츠토토보다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입니다. 주식시장에 대한 국민의 시선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정부와 업계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습니다. 금융당국이 매번 ‘이상급등종목’ 근절 대책을 발표하지만 수년째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증권사들도 급증하는 거래량에 취해 주식시장의 왜곡을 방조하진 않았는지 반성이 필요합니다.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나서는 구체적인 대응방안이 없다면 박스권 탈피는커녕 자본시장 전체가 퇴행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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