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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로바트 연방지법 판사의 판결이 힘을 지닌 이유

[칼럼] 로바트 연방지법 판사의 판결이 힘을 지닌 이유

기사승인 2017. 02. 0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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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메이 플라워' 호를 타고 이민을 온 사람들이 개척하고 영국과의 독립전쟁을 통해 세운 나라다. 그런 나라답게 이민에 대해 어느 나라보다 개방적이다. 그렇지만 개인의 자유의 가치를 중시하는 자유주의자들 사이에서도 '이민'을 전면적으로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상존한다. '이민' 제한 문제는 겉보기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다. 더구나 '이민'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인종'문제와 연결되기 쉬운 주제여서 정치인들이 잘 건들지 않는 게 보통이다. 인종과 무관한 이유로 이민이 제한되더라도 '인종주의'라고 공격을 받기 쉽다.
 
그렇지만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자말자 지난달 27일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해서 미국으로 입국하려던 이슬람권 출신 개인들의 발을 묶었다. 미묘한 문제를 정면에서 깊숙이 건드린 것이다. 이에 대해 워싱턴 주 인슬라 주지사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종교적 차별'의 가장 노골적인 형태라고 맹비난했으며 워싱턴 주 법무장관이 트럼프 행정명령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로바트 워싱턴 주 연방지법 판사가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행정명령 효력을 회복시켜 달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긴급요청이 있었지만, 5일 연방항소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취소된 6만명의 비자가 원상회복됐다.
 
자본과 사람이 더 높은 수익을 얻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을 때 부와 생활수준이 극대화된다고 여기는 경제학자들은 이민에 대한 규제는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는 조치로 이해한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자원은 자연 속에서 발견하는 자원들이 아니라 바로 창의성을 지닌 '인간' 자신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유명한 사이먼(Julian Simon)은 자유로운 이민정책은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국가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고 자유로운 이민정책을 지지했다.
 
이에 반해 호페(H. Hoppe)를 비롯한 일부 학자들은 자유무역과 이민제한은 얼마든지 양립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거래하고자 하는 의사와 같이 거주하고자 하는 의사가 다를 수 있으므로, 자유로운 거래를 자유로운 이주로까지 확대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자유무역을 할수록, 즉 투자와 거래가 자유로울수록 임금격차도 빠르게 줄어든다. 따라서 임금이 더 높은 나라로 이민을 떠날 필요성도 줄기 때문에 자유무역과 이민제한은 양립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도 "자유로운 이민과 복지국가를 동시에 가질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다른 각도에서 제3세계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이념과는 다른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미국에 들어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뒤흔들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에 주목하기도 한다. 트럼프도 이슬람권을 미국의 체제와 안전을 해치는 그룹으로 보고 그런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렇지만 연방지법 판사는 "9·11 테러 이후 무슬림 7개국 출신 테러리스트의 공격이 없었다"면서 그런 인식이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위헌판결을 내렸다.
 
연방국가인 미국에서 연방정부의 행정명령에 항거한 주정부가 위헌소송을 내고 연방지법이 그 행정명령을 위헌으로 판결했다. 앞으로 이 행정명령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미국에서 연방정부와 주정부 사이의 이견 표출과 이의 해결방법으로서 연방법원의 미국 헌법에 입각한 판결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이와 함께 "법 위에 그 어떤 존재도, 대통령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법의 지배' 원리가 재확인됐다. 
 
비록 트럼프가 "일개 판사가 감히 …"라며 로바트 판사의 위헌판결에 분개했지만 오로지 헌법에 입각해 논리적으로 판결한 그의 결정은 역사에 남을지언정 누가 문제 삼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탄핵심판을 심리하고 있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도 오로지 헌법과 논리적 추론에 근거해서 판결을 내릴 때, 그 판결이 아무도 거역할 수 없는 힘을 가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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