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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0조원 초과 세수를 어떻게 봐야 하나

[칼럼] 10조원 초과 세수를 어떻게 봐야 하나

기사승인 2017. 02. 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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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지인으로부터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떠다니는 의미 있는 글을 받았다. 같은 사안인데도 보는 눈에 따라, 생각에 따라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주는 글이었다. 술집을 예로 들었는데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이 자기 중심적으로, 편견을 가지고 산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내용은 이렇다. 

 여대생이 저녁에 술집에서 일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상하게 곱지 않게 본다. 학비를 벌기 위해 술집에서까지 일하는 모습보다는 나쁜 방향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술집에서 일하는 여대생이 저녁에 대학에 간다고 하면 기특하게 여긴다. 술집은 접어두고 공부하기 위해 노력하는 긍정적 모습을 더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은 내용인데 표현만 다르다.

 

이런 모습이 지난해 세금징수를 두고 생겼다. 당초 목표보다 세수가 10조 원이 늘어난 것을 두고 너무 엇갈린 견해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 활기에 정부의 세원개발 노력이 더해져서 나라 살림 나아져 다행이라고 좋게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부가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세금을 무리하게 거두었다고 시비조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2426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47000억 원이 늘었는데 전년 대비 증가 규모로는 역대 최대였다. 지난해 추경안 대비로는 98000억 원을 초과했다. 크게 보면 10조 원의 세금이 더 걷힌 것이다.

 

구체적으로 소득세가 685000억 원, 법인세 521000억 원, 부가세 618000억 원, 교통세 153000억 원, 관세 8조 원, 기타가 369000억 원이다. 2012년부터 3년 연속 세수 결손을 보이다 2015년 국세를 22000억 원 더 거두었고 2016년에는 10조 원으로 초과 세수가 늘어났다.

 

10조원의 초과 세수에 대해 기획재정부는법인 실적이 개선되고 소비 증가, 부동산 시장 호조 등이 겹쳤다는 점을 들고 있다. 대기업과 고소득자 중심의 비과세·감면 정비 등 세입 기반 확충 노력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나름대로 세수 초과의 원인을 설득력 있게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초과 세수를 보는 눈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세상이니 비판적인 목소리를 먼저 보면 이렇다. 초과 세수가 추경 당시 전망보다 2배나 많은데 이런 현상이 정부의 세수 예측이 잘 못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들의 논리는 세수 초과가 결국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세수 초과를 나쁘게, 부정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견해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이 괜찮았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법인의 실적도 크게 나쁘지 않았다. 또 숨겨진 세금을 찾아내는 등 세원발굴을 강화했기 때문에 세수가 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한다.

이런 논쟁에도 불구하고 세수 초과는 일단 좋은 현상이다. 정부가 저소득 자에 대한 세금 감면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과 세수가 어려운 사람들의 몫을 가져왔다고 비판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오히려 가진 자들이 세금을 더 낸 것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진 자가 세금을 더 내는 것은 조세의 형평과도 부합된다.

 

국가를 운영하려면 예산이 여유가 있어야 한다. 예산이 쪼들려 절절매는 것보다는 세금이 더 걷히는 게 지출면에서 융통성을 갖는다. 복지와 국방, 교육 등 예산은 해마다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세수가 이에 맞춰주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세수 초과가 있었기에 다행이지 만일 부족했다면 추경을 또 편성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세수가 10조원이 늘었다는 것은 정부 재정이 그만큼 건전해졌다는 의미도 된다. 가정에서 수입이 다만 얼마만 늘어도 형편이 펴이는 것처럼 정부도 세수가 예상보다 조금이라도 늘어나면 살림은 탄탄해지고 여유를 갖게 된다. 국정운영에 자신감도 가질 수 있다.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국정운영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침 임환수 국세청장은 지난달 18일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주재하고 올해 세입예산 232조원의 안정적 조달을 위해 세정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임 청장은성실 납세자와 어려운 납세자는 정성을 다해 도와주되, 탈세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국민과의 소통강화와 준법세정을 뿌리내리겠다는 방침이다.

 

초과 세수는 이런 정신으로 2만여 국세청 공무원들이 애쓴 덕분이다. 올해도 세입 목표를 무난히 달성하려면 우선 기업의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와 탈루, 기업과 고소득 개인의 세금 미납 등에 철저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세금이 더 걷히는 것은 국가 재정과 형평과세 차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나쁘게 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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