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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신탁업 ‘앙금’ 드러낸 증권업계와 은행업계

[취재뒷담화]신탁업 ‘앙금’ 드러낸 증권업계와 은행업계

기사승인 2017. 02. 2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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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와 은행업계가 각각 협회를 대표로 세워 신경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공개석상에서 은행권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데 대해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맞받아 치면서 흘렀던 ‘묘한 기류’는 금투협이 공개성명까지 내면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금투협은 21일 하 회장의 ‘종합운동장’ 론에 대한 반박자료를 냈습니다. 금융권 협회 간에 성명서를 통해 반대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갈등의 시작은 지난 6일 황 회장의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시작됐습니다. 최근 은행권의 신탁업법 분리 요구에 대해 “은행이 가장 시급한 자체적인 비용 효율화가 안 되니 남의 업권을 건드리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한 것입니다.

신탁업은 주식·예금·부동산 등의 자산을 수탁자가 운용·관리하는 서비스로 금융투자업체인 자산운용사의 주력 분야입니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이 신탁업법을 만들어 은행에 문을 열어두려 하자 업권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황 회장은 당시 “증권사들이 은행이나 보험산업과 비교해 불합리한 대접을 받고 있다”며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이에 하 회장은 소비자의 편의를 높이고 금융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겸업주의를 허용해야 한다는 ‘종합운동장’론으로 응수했습니다. 그는 증권업계의 반발은 인적 구조조정의 책임을 정책당국에 떠넘기려는 것이고, 은행의 최근 5년 평균 자본수익률이 증권사보다 높았다며 황 회장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이날 금투협은 반박자료를 통해 “은행의 급진적인 겸업주의 주장은 그간 지켜온 한국금융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금투협의 최근 문제 제기는 ‘업권간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 토대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금투협이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은행권에 불만을 전달하면서 은행연합회도 대응책을 고심하는 중입니다.

제 목소리를 내기를 자제해왔던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난데없는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성장의 한계점에 달한 금융사들이 제 살 갉아먹기식 경쟁을 하면서 눌러왔던 앙금이 표출된 것으로 보입니다. 범금융권 차원에서 시장의 파이를 키우려는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이번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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