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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청년 행복주택, ‘로또’ 아닌 세상 언제쯤?

[르포] 청년 행복주택, ‘로또’ 아닌 세상 언제쯤?

기사승인 2017. 02. 2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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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대학생 특화단지, 서울 서대문 가좌지구 행복주택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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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가좌역 2번출구 앞에 자리한 행복주택./사진=홍선미 기자
“월세 7만5000원에 관리비 8만원 정도를 더하면 사실 기숙사 한학기 비용인 55만원보다는 조금 비쌉니다. 그런데 기숙사는 어차피 졸업하면 나와야 하고 휴학해도 지낼 수 없는데, 이 정도 가격에 새집 월세 구한거니 정말 잘 됐지요.”

지난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의중앙선 가좌역 인근 대학생 특화 행복주택 집들이 행사에서 만난 홍익대학교 4학년 입주민은 막 입주한 새집에 대해 만족해 했다.

전용면적 16㎡ 원룸형 아파트에 입주한 이 학생은 보증금 3400만원에 매달 7만5000원의 월세를 낸다고 설명했다. 화장실과 베란다를 갖춘 이 아파트는 싱크대와 가스레인지·냉장고와 책상이 설치돼 있는 것은 물론, 공용 공간에 코인세탁실과 독서실 등도 있어 학생들이 살기에 편리해 보였다.

◇최고 경쟁률 2012대1…“‘로또’ 행복주택 당첨 소식, 친구들에게 말 못 해”
실제로 이런 편의성과 휴학·졸업 후에도 일정기간 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가좌역 행복주택은 대학생과 같은 청년세대의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4월 입주 신청을 받은 가좌역 행복택에는 362가구 모집에 무려 1만7180명이 접수해 평균 4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이 중에서도 1가구를 모집하는 전용면적 29㎡ 사회초년생 임대주택(우선공급)에는 2012명이나 몰려 웬만한 강남 아파트 청약열기보다 뜨거웠다.

가좌역 행복주택에 입주한 또 다른 대학생은 “정말 자취하는 주변 친구들이 너도나도 행복주택에 신청했다”면서 “내가 당첨되고 나니 괜히 미안해서 친구들에게 당첨 사실을 당장 밝히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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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가좌지구 행복주택 집들이 행사에 참석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오른쪽)이 한 대학생 입주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제공=국토교통부
이처럼 행복주택이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청년세대의 주거 고민을 잘 간파하고 시작된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도심지 부지를 확보해 공급돼야한다는 점은 남은 숙제다.

경기 불황으로 대학 졸업 후 취직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졌고, 주거비 부담 때문에 선뜻 결혼을 결심하기도 어려운 것은 국내 청년 대부분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연내 입주 대학생 특화 행복주택 702가구…“극소수 혜택”
현재 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생특화 행복주택 중 입주가 가시화된 곳은 서울 가좌를 포한해 총 5개 지구(인천 주안 140가구, 인천 용마루 1500가구, 공주 월송 200가구, 세종 서창 450가구)다. 이 중 인천 주안과 공주 월송은 올해 하반기 중 입주를 계획하고 있다.

비싼 주거비 역시 행복주택의 공격적 물량 늘리기가 필요한 이유다.

서울시 ‘주택월세계약조사’에 따르면 고시생 등 40세 미만 청년층이 많은 지역의 월세 수준이 서울 전체 상위 5개 지역을 차지한다.

특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이 많은 동작구는 3.3㎡당 월세가 10만7000원으로 용산구(13만9000원)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로 비쌌다. 대학생 행복주택 규모인 16㎡에 이 금액을 적용해 계산해 보면 한달 월세가 5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연합회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정부가 저렴한 임대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것은 좋은 취지지만, 물량이 너무 적어 극소수에게만 좋은 혜택이 돌아간다”면서 “임대주택 물량을 더 늘리는 것이 급선무지만, 상당수 청년세대들이 주거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전월세시장 안정화·집값 거품빼기 정책도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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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 가좌지구 행복주택 전경./제공=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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