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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금호타이어 매각 앞둔 산업은행의 딜레마

[취재뒷담화]금호타이어 매각 앞둔 산업은행의 딜레마

기사승인 2017. 03. 2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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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초롱_증명사진
경제부 임초롱 기자
금호타이어 매각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는 모양새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채권단 간 공방전이 정치권으로 번진 가운데 자칫 소송전에도 휘말릴 수 있어 채권단 내부에서도 코너에 몰린 모습입니다.

산은은 20일 주주협의회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요구한 ‘컨소시엄 방식’의 우선매수청구권 허용 여부를 묻는 안건을 서면 부의해 채권은행들에 발송했습니다. 답변시한은 22일까지로, 산은이 의견을 모아 최종 결정할 예정입니다.

산은은 기존부터 우선매수청구권은 박 회장 개인만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죠. 반면 박 회장 측은 채권단 동의만 있으면 컨소시엄 구성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선매수권자의 우선매수 권리는 주주협의회의 사전 서면 승인이 없는 한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약정서 문구에 대한 해석상의 차이를 두고 채권단은 우선 정식 안건으로 올려 논의하기로 한 것입니다.

산은의 기존 입장을 고려하면 이번 논의는 당초 부결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채권단 내 금호타이어 지분 비율이 75% 이상 찬성하게 되면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안은 허용되는데, 산은과 우리은행의 지분율 합산은 75%가 넘어 둘 중 한 곳만 반대해도 부결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탄핵 정국에 따른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지로 호남지역이 급부상하면서 산은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문재인·안희정·이재명 등 주요 대선 후보들이 호남 대표기업인 금호타이어 매각을 재검토하라는 목소리를 냈기 때문입니다. 기술과 정보력만 빼간 뒤 시장에 재매각됐던 쌍용차의 ‘먹튀’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채권단은 이미 13일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박 회장과 시장에 이를 알린 상태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채권단 내부에서도 박 회장의 컨소시엄을 허용해주자는 의견이 나옵니다. 박 회장은 채권단이 컨소시엄 허용 불가 결론을 내릴 경우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낼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금호타이어 매각 자체가 지연될 공산은 커집니다. 산은의 공적자금 회수 역시 불투명해질 전망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산은으로선 입장을 선뜻 선회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SPA를 체결한 더블스타 역시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 양도가 원천적으로 불가한 것으로 알고 이번 인수전에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와서 매각 룰을 변경하면 더블스타로부터 피소될 것은 자명합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로 가뜩이나 어려운 한·중 양국 간에 국제 소송전까지 비화될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결국 산은의 선택에 따라 금호타이어의 명운이 갈리게 됐습니다. 금호타이어를 두고 산은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결정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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