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신동빈 | 0 | 2015년 8월14일 오전 0시 광복절 특사로 경기도 의정부교도소에서 석방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롯데 총수 일가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박성일·정재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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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주도로 만든 청년희망펀드에 기부금을 내기 위해 은행 대출까지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불이익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검찰은 이 같은 무리한 출연에 혹 대가성이 있는지를 의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신 회장은 2015년 11월 청년희망펀드에 각각 사재 60억원, 70억원을 출연하면서 현금 마련을 위해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두 사람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과 최근 최순실씨(61·구속기소)의 재판에서 나온 발언 등을 통해 확인됐다.
우선 최 회장의 경우 보유한 주식의 자산가치가 3조6000억원(국내 5위)에 달하지만 당시 광복절 특사로 수감 생활에서 벗어난 지 석 달밖에 되지 않아 수중에 현금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백억원대 계열사 자금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최 회장은 2013년 1월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014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이 확정돼 2015년 8월 광복절 특사로 풀려나기까지 2년 6개월가량 복역했다.
이 기간 SK주식회사 대표이사직을 내놓게 되면서 2016년 3월 등기이사로 복귀하기까지 급여도 받지 못했다.
신 회장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그의 주식 자산가치는 1조4000억원(국내 12위)에 달하지만 당시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롯데건설이 보유한 롯데제과 지분 약 30%를 매수하는 데 사재 1000억원을 털어 넣은 뒤였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수십억원대 현금 출연을 위해 은행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
지난해 11월 두 사람을 조사한 검찰은 수중에 현금이 없는 상태에서 이들이 돈을 빌려서까지 재단에 수십억원을 출연한 이유에 주목했다. 일종의 대가성 있는 거래를 의심했던 것.
당시 최 회장은 검찰에서 “청년희망펀드에 대통령도 출연했기 때문에 저도 해야 한다고 실무진이 권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고 이인원 부회장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사업이라 우리만 안 내면 안 된다’고 해서 70억원을 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도 펀드 조성 과정에서 기업들에 대한 사실상의 압박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대통령이 먼저 2000만원을 내고 월급도 내겠다고 했는데 그건 사실 총수에게 압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냈는데 기업들이 안 내겠나”고 진술했다.
청년희망펀드는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목적으로 기부를 받아 조성된 공익신탁형 기부금으로, 2015년 박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청년희망재단이 운영하며 청년 일자리창출사업과 지원사업에 재원을 활용한다는 게 재단 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기부금으로 일자리를 만든다는 목표의 실효성이 낮아 보인다는 평가와 사실상 기업의 팔목을 비틀어 강제로 출연금을 모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3월 현재 누적 기부액은 1462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