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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OECD평균 외 ‘래퍼’곡선과 ‘란’곡선을 들어보셨나요

[칼럼] OECD평균 외 ‘래퍼’곡선과 ‘란’곡선을 들어보셨나요

기사승인 2017. 05. 1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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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문에서 조세나 정부의 재정지출과 관련된 기사를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통계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하는 것을 자주 보셨을 것이다. 혹시 그 외 '래퍼'곡선이나 '란'곡선은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다. 불쑥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우리가 진정 원하는 방향으로 이런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이들 곡선에 더 친숙해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래퍼(Laffer)곡선은 세율과 세수의 관계를 보여주는 곡선이다. 이 곡선은 세율이 0%일 때처럼 100%일 때도 세수가 전혀 발생하지 않으며, 이 중간에 세수를 극대화하는 세율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과거 네덜란드의 계몽군주가 세금을 무겁게 물리기보다는 세금을 가볍게 하고 외국인 차별을 없애 경제가 번영하게 만들어서 세수도 늘게 했는데 이는 그가 마치 래퍼곡선을 이해한 듯이 행동한 셈이다. 세수 확보를 위해서도 세율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인데 의외로 이런 단순한 사실에 각별히 유의하는 정치인은 드물다고 한다.
 

최근 대선토론에서 법인세율을 인상해서 더 많은 법인세수를 확보하여 각종 복지 지출에 충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렇지만 래퍼곡선을 감안하면 법인세율 인상으로 과연 법인세수가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법인세율 인상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거나 투자를 해외로 돌리면 법인세수가 오히려 줄어든다.
 

단기적으로 세수가 늘어나더라도 기업들이 법인세율 변화에 대응할 시간이 지난 후에는 세수가 감소될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아무튼 1970년대 말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반하는 소위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나자 케인지언 정책이 무력화되고 말았다. 케인지언 정책은 경기침체기에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더라도 적자재정으로 총수요를 늘리고, 경기가 과열되어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해지면 총수요를 줄이라고 했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나자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 중 어느 것을 밟아야 할지 방향을 제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등장한 소위 공급경제학은 래퍼곡선을 대중화시키고 이를 통해 케인지언과 차별화된 정책방향을 제시할 수 있었다.
 

래퍼곡선에 비해 정부지출과 경제의 성장 관계를 요약하는 란(Rahn) 곡선은 아직 대중들은 물론이고 정치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곡선은 정부가 경찰, 국방, 사법 등의 지출을 통해 재산권을 보장함에 따라 시장경제가 번성하지만, 정부 지출이 일정 비율을 넘어서서 정부의 지출이 민간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민간의 생산에 '기생'하고 이를 '약탈'하는 성격으로 타락하면 경제성장을 해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만큼 민생이 어려워진다. 비효율적인 것이 퇴출되는 시장 경쟁과는 달리 한번 비대해진 공공부문은 쉽게 다이어트를 할 수 없다.
 

정부지출과 경제성장과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재정학자들의 결론은 대개 이렇다. 정부 지출의 10~15%까지는 정부의 지출이 늘더라도 대개 시장경제 활동을 더 활발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아주 너그럽게 봐주더라도 20%까지 정부의 지출이 더 많은 경제적 과실을 맺게 해준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를 넘어서는 지출은 생산에 기여하지 않으면서도 경제적 과실을 향유하는 계층들을 만들어내고 이런 과실을 얻기 위한 정치적 투쟁에 몰두하게 만든다. 그 결과는 달성할 수 있었던 경제성장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재정지출과 관련해서 정치권이 자주 비교하는 대상은 OECD 평균이다. 우리가 OECD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OECD 평균을 여러 가지 가운데 하나의 참고자료로 보는 것까지는 무방하다. 그렇지만 OECD 평균은 과거 OECD회원국들의 정책적 실수가 녹아있는 결과이기도 하다. 따라서 논리적 검토 없이 OECD 평균을 우리가 반드시 따라야 할 목표로 삼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치인들이 래퍼곡선이나 란곡선 등을 더 자주 언급하고 대중이 이를 충분히 이해할 때 우리 국민들이 더 현명한 정치적 선택을 하게 되고 우리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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