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내걸었던 ‘취약계층 빚 탕감’ 공약의 ‘현실화’를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새 정부는 내각이 구성되는 대로 행복기금이 보유한 44만여명의 1조9000억원 규모의 소액·장기연체 채권 소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단 행복기금이 보유한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 채권이 그 대상이다. 채권 소각이 진행되면 1인당 약 435만원 가량의 채무를 탕감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행복기금 채권 중 회수하기 어려운 11조 6000억원을 비롯해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없는 203만명의 부실채권 22조 6000억원 규모의 채무를 탕감해주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도저히 갚을 능력이 안되는 채무자들의 빚을 탕감해 회생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악성채무를 탕감해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 부채규모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빚 안갚아도 된다’는 모럴해저드, 즉 ‘도덕적해이’의 확산이다.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보완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성실히 빚을 갚고 있는 채무자 입장에서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매번 이들의 채무를 탕감해주는 것도 현실상 힘들다. 채무탕감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그 후의 대책 마련이 더 중요하다. 가계부채를 줄이고 취약 계층 지원을 위해서는 1회성 빚 탕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실 ‘빚 탕감’은 대통령 선거시즌만 되면 ‘선심성 공약’‘포퓰리즘 공약’으로 불리는 단골 공약이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세웠던 채무 탕감 정책이 큰 빛을 보지 못한 이유도 소득 수준 향상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금융 취약 계층의 자활을 돕고 재기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지원 방안 마련도 함께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