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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미국식 공익재단 의무지출 규제의 필요성

[칼럼]미국식 공익재단 의무지출 규제의 필요성

기사승인 2017. 05.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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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래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할 막중한 임무를 국민들로부터 부여 받았다. 이러한 임무 중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 금번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드러난 공익재단 관련 비리의 척결이다.

오늘날 선진국에서 공익재단은 시민사회의 핵심기능으로서 국가가 해결하지 못하는 여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반면 국내 공익재단은 면세혜택을 누리는 만큼의 공익사업을 수행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기업지배·사익 추구 등을 통해 사회적 비용만을 증가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에서 선진국 수준의 공익재단 규제개혁은 재단비리에 관련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공익사업 확대를 통해 사회적 효용을 높이는 이중 효과를 가진다. 공익재단 규제개혁에 있어, 5% 의무지출 규제를 도입한 미국의 성공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미국은 1930년대 뉴딜 정책 재원마련을 위해 상속세법이 강화되자 조세회피를 위해 포드재단 등 많은 민간 공익재단이 설립됐고 이후 많은 재단이 편법적 경영권 승계, 탈세 등의 온상으로 사회적 폐해를 야기했다. 여러 제도적 시행착오를 거쳐 1969년 조세개혁법을 통해 재단 의무지출 규정을 도입한 후 미국의 재단비리 근절대책은 효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1981년 오늘날 “5% 의무지출” 규정이 제정됐다. 해당 규정은 재단이 공익사용자산을 제외한 투자자산의 5% 이상을 매년 공익목적지출(적격배분)에 써야 한다는 의무 부과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재단이 의무지출을 하지 않은 경우 미지출분에 대해 상당한 징벌적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5% 의무지출 규정은 제도 시행 초기 국가가 재단 설립·운영을 위축시킨다며 기존 재단 및 재력가들의 반발이 컸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의무지출 규정 도입 이후로 오늘날까지 미국의 재단 설립은 크게 증가했고, 이에 비례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공익사업도 크게 늘었다. 파운데이션 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미국 재단의 총자산은 약 8650억 달러이며, 동년도 공익지출은 약 602억 달러(약 67.5조)로 우리나라 2017년 일반·지방행정 예산보다도 많은 액수이다.

더불어 재단이 적극적으로 공익목적의 투자활동 즉 프로그램연계투자(PRI), 미션연계투자(MRI)를 함으로써 기술혁신, 사회문제 해결, 경제 지속가능성 제고에 기여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미국에서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공익목적의 프로그램연계투자는 5% 의무지출 요건에 포함돼 미국의 많은 공익재단은 매년 일회적 자선활동으로 기금을 소진하기보다 투자기금의 선순환을 촉진시키고 투자자로서의 공익활동 감시를 위해 프로그램연계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5% 의무지출에 해당하지 않지만 재무적 목적과 공익적 목적을 동시에 추구해 사회적 임팩트를 높이는 미션연계투자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오늘날 빌 게이츠 재단이나 포드 재단 등 미국의 주요 재단은 프로그램연계투자 및 미션연계투자를 확대하면서 유망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지원, 일자리를 창출하는 점에서 미국 경제의 지속가능성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빌 게이츠 재단은 유바이오로직스나 엑세스바이오 등 국내 유망 코스닥기업의 연구개발도 지원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엄격한 5% 의무지출 규제를 유지하면서 2015년 이후 프로그램연계투자 및 미션연계투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유권해석을 고지, 공익재단이 국가 공익사업의 한축을 담당하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국내 공익재단은 재산은닉, 조세회피적 상속, 정치적 비리의 온상으로 인식돼왔다. 미국 조세개혁법상의 재단 의무지출 규제를 교훈삼아 재단 면세혜택의 취지에 부합하면서 국내 현실을 반영한 의무지출 규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특히 새롭게 출범한 신정부는 대선 공약사항 이행을 위해서는 재정지출만으로 부족하며, 제3섹터(시민사회)에 존재하는 공익재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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