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두산 | 0 | 서울 장교동 소재 한화사옥(왼쪽)과 중구 소재 두산 사옥 전경. /제공 = 각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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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알을 낳는다던 면세사업이 중국 ‘한한령’ 여파로 개장 1년이 지났지만 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한화·두산그룹의 고민도 커져가고 있다. 그동안 한화는 부진했던 태양광·건설을, 두산은 건설 및 기계파트 살리기에 힘써 왔지만, 걱정됐던 각 사업이 호실적으로 돌아선 반면 정작 기대했던 면세사업 실적은 바닥을 치고 있는 실정이다.
26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분기보고서 및 증권가 레포트에 따르면 한화와 두산이 각각 자체사업과 자회사 호조로 1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지만 기대했던 면세사업만은 두 회사 모두 약 100억원대 적자를 벗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의 면세사업은 1분기 126억원 적자를 봤다. 관련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화갤러리아는 자체사업과 백화점사업이 일부 만회했음에도 12억원 손실로 기록됐다. 과거 모기업 한화케미칼을 힘들게 했던 한화큐셀과 한화건설 등이 태양광과 건설사업 호조에 의해 모두 호실적을 내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두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면세사업과 두산엔진 등을 포함한 기타부문 1분기 영업손실은 122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사업을 개시한 면세사업은, 1분기 일평균 매출액 8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3월초까지 일매출 10억원을 찍었지만 사드 이슈 영향으로 3월 중순 땐 6~7억대까지 감소했다. 면세사업의 1분기 영업손실은 약 100억원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두산을 괴롭혔던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두산건설은 대거 턴어라운드 했지만, 기대가 많았던 면세사업은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화와 두산은 과거 사업권을 따냈을 때만 해도 그룹의 새로운 주축으로 거듭날 것이란 비전을 내놨었다. 한화갤러리아면세점63 오픈 전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차별화된 면세사업으로 우리나라 관광사업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했고, 삼남인 김동선 부장을 면세 TF 팀원으로 앉히며 강력한 추진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역시 지난해 3월 취임당시 “면세점 사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공급은 늘었는데 수요가 줄어든 데 있다.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 배치에 대한 반발이 불러온 ‘한한령’으로 한국행 중국 관광객은 급감 했지만 오히려 면세점 사업자는 늘어나면서 실적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롯데나 SK에 비해 후발주자인 한화 갤러리아면세점63과 두타 면세점의 악화가 두드러진다. 4월 면세사업이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지만, 지난해 연말 면세점사업권을 취득한 3곳의 면세점이 더 문을 열 것이란 걸 감안 하면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두 회사는 자체 구조조정에 이어 심야 영업 등의 노력을 병행하고 있지만 사드 리스크가 마무리 된 상황에서도 턴어라운드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면세점업계 재편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류 바람이 본격화 되면서 지난 2년여간 면세사업이 크게 각광 받았고,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한 그룹 오너들의 치열했던 경쟁이 그 방증”이라면서 “사드 이슈가 빨리 마무리 돼 앞으로, 중국인 관광객을 얼마나 유치하느냐에 따라 면세점 운명이 판가름 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