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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EU통합’ 행동주의자로 나서나…총선 노린 메시지 분석도

메르켈, ‘EU통합’ 행동주의자로 나서나…총선 노린 메시지 분석도

기사승인 2017. 05. 3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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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MANY-INDIA-DIPLOMACY <YONHAP NO-3097> (AFP)
사진출처=/AFP, 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최근 미국이 더 이상 믿을만한 동맹국이 아니며 유럽이 스스로의 운명을 챙겨야 한다고 발언한 것이 오는 9월 독일 총선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메르켈 총리의 이같은 발언이 ‘미국 우선주의’라는 고립주의적인 정책을 고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반대하는 메시지일 뿐만 아니라 강력한 ‘친(親)유럽’ 메시지라면서, 앞으로 ‘행동주의자 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독일 유권자들과 유럽연합(EU) 사람들에게 보낸 것이라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28일 뮌헨의 한 정당 행사에서 “최근의 경험을 볼 때 다른 누군가를 전적으로 의지할 수 있었던 시대는 지난 것 같다. 유럽인의 운명은 우리 자신의 손으로 챙겨야 한다”면서 “미국·영국과 우호 관계를 지속하면서도 러시아 등 국가들과도 더 좋은 이웃으로 지내야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FT는 그동안 절제된 언어를 구사해온 메르켈 총리의 이같은 발언이 미국과 유럽 간 관계에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일 그러한 변화가 온다면 이는 기존에 메르켈 총리가 EU의 위기 관리자 역할을 해온 것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당선으로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유럽의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메르켈 총리에게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노버트 스핀라스 독일 하원 사회민주당(SDP) 유럽담당 대변인은 “마침내 메르켈 총리가 유럽의 문제 해결에 매달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제 유럽은 단순한 재정적 연합 그 이상으로, 더욱 긴밀한 통합을 필요로 하며 통화를 강화하고 사회적 불평등과 싸워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메르켈 총리는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가올 총선에서 EU 강화를 원하는 독일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베를린 소재 아메리칸아카데미의 잔 테쇼 외교정책 분석가는 “메르켈 총리가 마침내 선거 캠페인 모드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그는 ‘국제 메르켈’에서 ‘국내 메르켈’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러시아·기후변화·무역 문제 등과 관련해 미국과 유럽 간 견해 차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발견한 이후 나온 것으로, 지난 26~27일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메르켈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의견 일치를 본 부분이 국방비 증액의 필요성뿐이었다고 FT는 설명했다. 국방예산 비중을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늘리기로 약속한 것은 정적인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SPD) 대표를 무력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인 대다수는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처음으로 유럽의 통합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 관계자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를 비롯해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네덜란드 극우 포퓰리스트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PVV) 대표 등은 독일인에게 EU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만일 EU가 해체될 경우 얼마나 처참할지를 두드러지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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