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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자와 조조의 ‘유재시거’

[기자의눈]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자와 조조의 ‘유재시거’

기사승인 2017. 06. 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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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윤
강태윤 경제부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유재시거(唯才是擧)’가 적용됐으면 한다. 삼국지로 유명한 조조의 인재 등용 원칙인 유재시거는 도덕성보다는 능력에 초점을 맞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지난 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야당은 김 후보자의 부인 취업 특혜 등 여러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사실과 다르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다만 강연료 소득 누락, 겸직 금지 위반 등은 일부 인정했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 철회 또는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청문보고서 채택을 보이콧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김 후보자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은 아니다.

“만약 청렴한 선비라야 등용할 수 있다면 춘추시대의 제나라 환공이 어떻게 패자가 될 수 있었겠는가.” 조조가 천하의 인재를 구하면서 한 말이다. 사람은 완전무결할 수 없기에 어느 정도의 도덕적인 하자는 감수하겠다는 말이다.

곽가는 조조가 “오직 봉효(곽가)만이 나의 뜻을 잘 안다”고 말할 정도로 아끼는 참모였다. 그는 여포·원소 정벌에 혁혁한 공을 세우지만, 단정치 않은 품행으로 인해 탄핵 상소를 종종 받았다. 조조의 ‘유재시거’가 아니라면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했을 수도 있다.

물론 공직자에게 도덕성은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김 후보자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 “기업을 상대로 시민운동을 한 지난 20년간 칼날 위에 선 긴장감을 갖고 살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김 후보자의 해명을 통해서도 해소되지 않는 의혹들도 있다. 그렇다고 그가 공정위원장이 될 수 없을 만큼 법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는 보이진 않는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아쉬운 점은 후보자의 정책과 능력에 대한 검증의 부족이다. ‘삼성 저격수’ 또는 ‘재벌 저승사자’로 불리는 김 후보자가 경제 검찰인 공정위의 수장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를 더 철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벌개혁 없이는 경제민주화·경제성장도 없다”며 “정경유착·부정부패의 고리를 끊고 재벌개혁을 완수하면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센터 소장 등을 역임한 김 후보자야말로 문 대통령의 재벌개혁을 추진할 적임자일 것이다.

오는 7일 국회 정무위는 전체회의서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은 도덕성 ‘흠집내기’가 아닌 전속고발권·기업집단국 등 김 후보자의 정책에 초점을 맞춘 인사청문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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