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소방관 증원은 ‘국민안전 골든타임 예산’

소방관 증원은 ‘국민안전 골든타임 예산’

기사승인 2017. 06. 13. 15:51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칼럼] 김창영 한국안전인증원 이사장·한국안전학회 부회장..."역대 어느 대통령도 소방관 증원, 국회에 호소한 적 없어"..."추경 소방관 증원, 부족한 인원 7% 불과"..."화급한 소방력 확보, 추경 대상"
김창영 한국안전인증원 이사장
김창영 한국안전인증원 이사장·한국안전학회 부회장
전쟁과 시위는 지략 대결과 병력·장비의 싸움이 관전 포인트다. 군사력과 경찰력이 우선시 되지 않는 이유는 선전포고를 하거나 집회신고가 선행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전투에 앞서 양 진영이 싸움을 준비하는 워밍업과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해 긴장감이 고조되지 않는다. 이같은 경우는 일촉즉발 양상으로 전개되는가 싶지만 어느새 명분과 실리를 찾는 출구전략을 고민하기도 한다. 실리를 챙기기 위해 정치적인 셈법으로 귀결되는 것이 보통이다.

화마(火魔)와의 전쟁은 어떨까. 재난(災難·Disaster)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시그널은 분명히 있다. 생존본능이라는 초능력을 가진 동물과 달리 인간이 그런 낌새를 알아 차리지 못할 뿐이다. 재난은 예고도 협상도 없다. 인간이 안전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충분한 소방력이 필요한 이유다. 국민이 안전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소방력이 필요할까. 소방기본법 8조1항과 총리령 소방력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면 5만1714명의 소방관이 필요하다고 적시하고 있다. 물론 최소한의 소방력 기준이다.

하지만 안전불감증에 걸린 과거의 정부는 현원(3만2460명) 대비해 턱없이 부족한 소방공무원 1만9254명의 충원을 외면해 온 것이 사실이다. 법으로 명시하고도 여러 가지 이유로 엄격한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개발 논리에 밀려 안전은 뒷전이었다. 관료주의에 물든 사농공상(士農工商)이 곧 적폐(積弊)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재난전투’ 최일선에 있는 119안전센터, 119구조대, 119구급대 등이 법정 기준의 소방력을 갖춘 곳을 찾아 보기 힘들 정도다.

구급차에는 운전원과 구급대원 2명 등 3명이 탑승해야 하지만 늘 1명은 결원이다. 심정지를 비롯해 중증환자를 이송할 때 구급차 안은 곧 숨이 넘어 갈 듯 한 환자와 사투를 벌인다. 구급대원 한 명으로는 심폐소생술을 하기도 벅차다. 구급대원은 폭행을 당하기 일쑤다. 심지어 지방의 한 119안전센터 50대 여자 구급대원은 운전과 환자 이송 등 ‘1인3역’을 한다는 뉴스가 소개되기도 했다. 몸이 아파 휴가를 내지 못한 것은 물론 주취자에게 매맞는 119구급대원 뉴스가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열악한 소방력의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위급상황 때 생존율이 그만큼 낮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소방력이 부족하다 보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려도 마음 놓고 치료를 받을 수도 없다. 전국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심리평가 전수조사(2014년)를 보면 건강상태가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일반인 대비 심리질환 유병률이 무려 4~1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참혹한 현장노출 경험은 연평균 7.8회에 달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가지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소방관은 39%에 해당하는 1만4452명에 이른다. 소방관 3명중 1명은 수면장애를 호소하고 있다. 소방력 확보를 무시한 정치권의 무사안일의 부메랑이 하루하루 소방관과 국민을 위협하고 있는 형국이 되고 있다.

기쁜 소식이 들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추경’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소방관 1500명을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소방관은 2교대에서 3교대로 전환됐지만 그에 따른 인원 증원이 없었다”며 “법정 인원에 비해 턱없이 수가 부족해 소방차와 119 구조차량이 탑승 인력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태풍 때 구조대원이 부족해 대체 투입되었던 구급대원이 순직한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고 추경 통과를 호소했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소방관 증원을 위해 국회에 호소한 경우는 없었다.

이번 추경에서 소방관 증원은 부족한 인원 7%에 불과하다. 소방력 확보를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정부가 제출한 소방관 증원은 ‘일자리 추경’을 넘어서 국민안전을 위한 ‘골든타임’ 예산이다. 예고되지 않은 전쟁을 매일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소방력 확보는 추경 대상이 분명하다. 일부에서 “일자리 추경을 포장한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을 구하기 위해 소방력을 확충하는 것 보다 더 급한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