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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韓 산업화에 숨 불어넣은 ‘고리원전 1호기’ 마지막 현장

[르포]韓 산업화에 숨 불어넣은 ‘고리원전 1호기’ 마지막 현장

기사승인 2017. 06.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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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본부_1-4호기 전경
고리본부 1~4호기 전경. /제공 = 한수원
“40년간 15만 기가와트. 부산시 전체가 8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만들어 온 발전소가 이제 영원히 활동을 멈춥니다.”

노기경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장이 영구 정지에 들어서는 고리원전 1호기를 비교적 덤덤하게 설명했지만 얼굴엔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고리 1호기는 18일 자정을 기해 40년간 뛰었던 심장을 멈춘 국내 최초 원자력 발전소다.

16일 서울서 KTX로 2시간, 다시 버스로 한 시간 가량 달려가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고리원전 1호기 정문에 들어섰다. 원전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돔 형태의 웅장한 격납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핵심설비가 모두 이 안에 있기 때문에 해일과 지진 등에 관한 최첨단 안전설비가 모두 구비 돼 있다는 노 본부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고리1호기 터빈 (3)
고리1호기 터빈실 전경. /제공 = 한수원
완벽한 보안을 위해 모든 전자장비는 두고 갈 수밖에 없었다. 수차례 까다로운 출입 절차를 통과하고 터빈실에 들어섰다. 파이프라인을 통해 증기가 주입되면 터빈이 회전하며 발전기를 돌려 전력을 생산해 낸다. 바쁘게 돌아가는 터빈과 발전기의 시끄러운 소음에 방문한 기자에겐 귀마개가 제공될 정도였다.

터빈실을 지나면 발전소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주제어실이 있다. 각종 계기판을 통해 다양한 신호들이 오고 갔다. 주 계기핀에 적힌 ‘원자력 출력 100% 발전기 출력 608MWe’. 아직 고리 1호기가 뜨겁게 뛰고 뛰고 있다는 의미다.

1978년 4월29일 상업운전을 시작해 쉬지 않고 전력을 생산해 온 고리1호기는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리 1호기의 총 설비용량은 58만㎾로, 전력난 타개를 위해 1971년 지어졌을 당시 국내 총 설비용량(184만㎾)의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컸다.

고리1호기 주제어실 근무모습
고리1호기 주제어실 근무모습. /제공 = 한수원
고리원전 주 제어실에서 박지태 고리1발전소장은 “지속적으로 관리해 온 탓에 대부분 설비는 새 장비와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영구 정지되는 게 아쉽다. 하지만 원전 해체산업도 큰 시장이기 때문에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1979년 입사해 고리 2호기에서 근무해 온 박 소장은 고리1호기의 역사를 지켜봐 온 산 증인이다. 이미 2015년 영구정지가 결정됐을 때부터 마음 속으로 1호기의 해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박 소장의 말대로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은 2030년부터 2049년까지 총 18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1호 원전으로, 40년간 쉼 없이 전기를 생산해 온 고리1호기는 이번엔 원전 해체의 첫 표본이 돼 기술력과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한수원 제공_고리 1호기 전경사진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1호기 전경 사진. /제공 = 한수원
과제는 해체에 필요한 기술력이다. 총 58개 핵심기술 중 41개 기술을 확보한 상황으로, 나머지 17개 기술을 추가로 연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술력 확보 과제에 대해 박 소장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기술을 해외에서 배워왔지만 지금은 세계 최고이지 않느냐. 우리도 원전 기술을 해외에서 배워왔지만, 현재는 세계 최고 수준이란 걸 믿어 줬으면 좋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원전 영구정지 뒤에는 원자로 내부의 사용후핵연료를 모두 꺼내 저장조에서 5년간 냉각해야 한다. 본격적인 해체 작업은 2022년 이후에 진행될 계획이다.

견학을 마친 다음 날인 17일 오후 1시께 감압을 시작한 고리1호기는 오후 6시 터빈발전기 수동정지에 이어 오후 6시38분 원자로를 정지했다. 이어 원자로 냉각수 온도를 100℃ 아래로 계속 떨어뜨린 18일 24시. 공식적으로 영구정지에 들어가며 40년만에 원자로에 불이 꺼졌다.
고리
17일 오후 6시 고리1호기 운전원이 주제어실에서 터빈정지 수동정지 버튼을 누르고 있다. /제공 = 한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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