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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스기술공사, OB업체 챙기려 법원 판결도 무시…하루 220만원 이행강제금 예산 낭비

[단독] 가스기술공사, OB업체 챙기려 법원 판결도 무시…하루 220만원 이행강제금 예산 낭비

기사승인 2017. 06. 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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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카르텔 개선' 약속 어기고 직접고용 편법 쓰며 소송전
LNG 사우회 회원수첩 (2015년)
한국가스공사와 자회사인 한국가스기술공사 전현직 임원들로 구성된 사단법인 ‘LNG 사우회’의 2015년 회원수첩 첫 페이지. 사우회와 청우인텍은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에 위치한 한국가스연맹 건물 3층에 함께 입주해있으며, 같은 팩스 번호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가스기술공사(사장 이석순)가 모회사인 한국가스공사와 가스기술공사(이하 공사)의 퇴직자 단체가 출자한 OB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법원 판결까지 무시하며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가 발주한 경정비공사 입찰을 특정 5개 업체가 수년간 독점해왔다는 국정감사 지적에 대해 ‘입찰조건 개선’을 약속한 공사가 오히려 카르텔 지키기에 적극 나섰다는 지적이다.

◇두 번의 법원 결정 무시하고 하루 220만원 이행강제금 납부

18일 법원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제21민사부(문보경 부장판사)는 지난 3월 20일 강우기업이 공사를 상대로 낸 가처분신청 사건에서 ‘계약무효확인 소송의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공사와 청우인텍 간에 체결한 계약의 효력을 정지하고, 공사는 계약상 의무이행을 중지하라’고 결정했다.

공사는 지난해 12월 공고한 ‘2017년 생산 및 공급설비 경정비공사(6권역-광주전남지사, 부산경남지사)’에 관한 입찰을 통해 청우인텍 공동수급체를 낙찰자로 선정, 계약을 체결했다. 강우기업은 해당 입찰에서 2순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법원은 공사가 시공능력을 평가하는 실적평점산정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낙찰자가 뒤바뀌었다고 판단했다.

쟁점은 시공능력 평가에 있어 ‘시공경험은 공동수급체 구성원별 각각의 시공경험에 시공비율을 곱한 후 이를 합산하여 평가한다’는 심사지침을 어떻게 해석할지다.

공사는 공동수급 의무에 따라 청우인텍이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한 대산이엔지의 공사실적 평점이 만점(15점)을 받기에 부족한데도 ‘각각의 공사실적 평점에 시공비율을 곱한 뒤 합산’하지 않고 각각의 공사실적을 먼저 합산한 뒤 하나의 평점을 산출했다.

이 때문에 정상적으로 계산했을 때 종합평점 94.38점으로 낙찰 요건인 최저평점 95점에도 못 미쳤을 청우인텍은, 95.06점을 받고 최저가 투찰을 통해 낙찰자로 선정됐다. 반면 강우기업은 더 높은 평점(95.28)을 받고도 낙찰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공사가 적용한 산정방식은 공사실적이 많은 업체가 자신의 실적을 다른 구성원에게 배분해 평가받을 수 있게 돼 시공경험과 관련 실적에 따라 차등적으로 평점을 부과하려는 심사지침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법원이 청우인텍과 체결한 계약의 효력을 정지시키자 공사는 청우인텍이 고용한 인력을 직접 일용 근로자로 채용해 청우인텍에게 지급할 예정이던 잔여 계약금으로 인건비를 지급하며 공사를 이어갔다. 판결의 취지를 무시하고 편법을 쓴 것. 그리고 법원의 결정에 이의신청을 하는 대신 ‘본안소송을 내라’는 취지의 제소명령 신청을 했다.

할 수 없이 강우기업은 본안소송을 내고 다시 가처분신청도 했다. 법원은 지난달 29일 ‘낙찰자지위 확인 및 직영에 의한 공사수행중지 가처분’ 사건에서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강우기업이 낙찰자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하고, 공사가 직접 근로자를 고용하는 등 직영방식에 의해 공사를 수행하는 것을 중지한다”고 결정했다. 또 간접강제를 통한 실질적 권리구제를 위해 “공사가 이를 위반할 경우 매 1일마다 220만원을 지급하라”고 강제이행금까지 부과했다.

당시 재판부는 ‘중대한 하자가 아니다’는 공사 측 주장에 대해 “심사지침 등의 자의적 해석으로 인한 하자는 그 자체로 절차에 관해 규정한 국가계약법의 취지를 몰각하는 중대한 하자라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또 “직영방식에 의한 공사수행은 법령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사는 이마저 무시했다. 본안소송과 같은 내용을 심사해 결정하는 ‘단행적 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하고도, 강우기업과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버티기로 한 것. 이는 ‘입찰 무효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자 중 최저가격 입찰자 순으로 적격심사를 실시한다’는 입찰공고나 공사의 내부규정에도 반한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어차피 1심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공사는 지난 15일 첫 기일에 변론을 종결하고 다음달 6일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하루 220만원을 예산으로 지불하면서 2심, 3심까지 가보겠다는 심사다. 어차피 공사기간 1년의 입찰이었던 만큼 강우기업은 소송에서 이겨도 공사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피해를 회복하기는 어렵다.

강우기업 관계자는 “공사가 처음에는 본안소송에서 패소하면 계약을 체결해 주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1심에서 패소하더라도 항소심을 계속 진행하며 공사를 종료시키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말했다.

한편 공사 관계자는 “우린 기존에 해오던 대로 정부의 조달 계약 방식대로 입찰을 진행했을 뿐”이라며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면 다시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현재로선 심사기준에 대한 해석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청우인텍 사무실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에 위치한 한국가스연맹 건물 /사진=최석진 기자

◇‘LNG 사우회’가 91% 출자한 청우인텍…지난해 국감에선 ‘가스 마피아’ 지적 나와

산업통산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인 가스기술공사는 한국가스공사가 100% 출자해 만든 자회사다.

문제는 청우인텍이 두 회사의 전현직 임직원들로 구성된 ‘LNG 사우회’가 90% 이상의 지분을 가진 회사라는 것.

‘LNG 사우회’ 정관에 따르면 두 공사에 재직 중인 임직원은 준회원, 1년 이상 재직한 퇴직자는 정회원이 된다.

한국가스공사 부사장 출신인 이석순 가스기술공사 사장은 물론 두 공사에 겸직을 갖고 있는 복수의 임원이 정회원 혹은 준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심지어 이승훈 현 한국가스공사 대표이사는 명예회장으로, 한국가스공사 관리본부장 출신인 청우인텍의 김규빈 사장도 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사실상 자기 회사에 자기가 특혜를 부여해온 셈이다.

청우인텍은 현재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의 가스공사연맹 건물 3층에 ‘LNG 사우회’와 나란히 입주해있다. 또 사우회 수첩 첫 페이지에 당당히 회사 이름과 주소도 올려놓고 있다.

강우기업 관계자는 “공사가 저렇게까지 나오는 건 사실상 그동안 카르텔을 형성해온 5개 업체 외에 신규업체의 진입을 막으려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며 “더군다나 청우인텍은 자기들의 자회사격이라 공사를 퇴직한 선배들로부터 ‘어떻게든 해결하라’는 식의 압력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우인텍은 가스기술공사 경정비만 수주해 일용 근로자 인건비를 지출하고 약 20% 이상 수익을 남겨서 임원들이 해외여행 다니고 비상임 임원들 월급을 주는 페이퍼컴퍼니 수준의 회사”라고 덧붙였다.

실제 15일 기자가 방문한 청우인텍 사무실에서는 직원 2~3명만이 책상에 앉아있고, 공사를 퇴직한 사우회 회원으로 보이는 7~8명의 할아버지들이 두 개의 응접실 탁자에 나눠 앉아 바둑을 두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지난 몇 년간 국정감사에서는 공사가 청우인텍을 포함한 특정 5개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지난해 김규환 새누리당 의원은 ‘가스 마피아’란 표현까지 써가며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공사가 발주한 경정비공사 전체 계약금액의 95%에 해당하는 723억원을 5개 업체가 나눠 먹었고, 2015년 국정감사 이후 공사가 변경한 입찰조건이 오히려 기존 업체들이 담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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