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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사고·외고 폐지반대” 성난 목소리 이유 있다

[사설] “자사고·외고 폐지반대” 성난 목소리 이유 있다

기사승인 2017. 06. 2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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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감들이 자율형 사립고와 외국어고 폐지방침을 밝힌 가운데 22일 전국외국어고 교장협의회가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폐지반대 성명을 준비하는가 하면 자사고 학부모 연합(자학연)도 오는 26일 서울보신각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 중이다. 이에 앞서 원조 자사고격인 상산고등 5개교가 지난 18일 폐지반대 성명을 냈고 21일에는 서울지역 23개 자사고 연합회가 기자회견을 열어 자사고 폐지방침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나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의 자사고·외고 폐지 주장에는 일단 일리가 있어 보인다. 첫째는 자사고·외고가 우수학생들을 싹쓸이 해가기 때문에 일반고가 황폐화됐고 학교 간 교육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에 따라 고교가 서열화 되자 초등생까지 상급학교 진학경쟁에 내몰려 정상적인 교육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셋째는 자사고·외고의 학비가 일반고의 3배 이상이나 돼 부유층만 갈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과연 합당한지는 보다 심층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당초 원조 자사고라 할 수 있는 자립형 사립고제는 첫 진보정권인 김대중정부가 2011년 추진한 것이었다. 교육의 다양성과 특수성을 고려한 고교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고교평준화의 문제점으로 제기된 획일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같은 진보정권인데도 정권에 따라 교육제도가 뒤바뀐다면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 자사고등 설립자들의 주장이다.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은 명문대에 가지 않으면 자립이 안 되니 사회가 경쟁과 사교육이 심해지는 것인데 이를 가만두고 자사고·외고만을 통제하려 한다면 앞뒤가 바뀐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최명재 민족사관고 설립자도 영국의 이튼스쿨과 같은 명문학교를 한국에 설립하고자 하는 평생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학교를 세웠다고 했다.
 

만일 조 교육감이나 이 교육감의 주장대로라면 대한민국에서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이러한 명문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진보교육감들이 만일 자사고·외고가 우수학생을 싹쓸이해 가는 것이 두렵다면 교육청이 앞장서 일반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교육의 질을 사립고·외고의 수준으로 높이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부모들은 굳이 비싼 등록금을 내가며 자사고나 외고에 자녀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자학연 학부모들은 또 "조 교육감이나 정부의 요직에 있는 인사들이 자신들의 자녀는 자사고·외고에 보내 좋은 대학에 보내놓고 이제 와서 왜 우리에게만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느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들의 성난 목소리에 진보교육감들이 대답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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