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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음의 미학으로 구현한 색(色)...전병현 작가 7년만에 개인전

찢음의 미학으로 구현한 색(色)...전병현 작가 7년만에 개인전

기사승인 2017. 06. 2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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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작업 무슨 의미 있나...찢으면서 원초적인 색 찾아"
전병현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전병현 작가./제공=가나아트센터
“올해로 작업을 시작한 지 딱 40년 됐네요. 저는 5~6년 주기로 작업을 바꿉니다. 같은 작업 무슨 의미가 있나요. 재미도 없고요.”

7년 만에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여는 전병현 작가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전통 한지를 이용해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표현하는 데 천착해 온 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신작 ‘Appearing Series’를 선보인다. 한지를 여러 겹 배접하면서 그린 그림을 손으로 찢어 완성한 작품이다.

“강아지가 한지를 마구 찢어놓은 걸 보다가 저도 한번 찢어보니 스트레스 엄청 풀리더라고요. 애지중지하면서 작업하지 않고, 마음을 딱 놔 버리니 굉장히 좋더라고요. 한 5~6년 전부터 찢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는 한지를 펼쳐 그림을 그린다. 꽃과 나무, 흐릿한 인물 형상이 한지에 스며든다. 그림의 전체적 형상이 완성되면 마르기를 기다린다. 다 마르면 도배용 붓을 집어들고 완성된 그림 위에 풀칠을 한다. 풀칠한 그림 위에 다른 한지를 붙여 다시 그림을 그린다. 이런 과정을 6~7번 가량 거친다. 그리고 나선 “의도적으로” 찢는다.

그는 자신의 작업이 “찢으면서 원초적인 색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 걸린 그의 작품들은 일반적인 캔버스가 아니라 방패연 연살에 한지를 붙인 것 같은 형태로 걸려있다. 또 그림 주변의 종이들은 깨끗이 정리돼지 않은 상태다.

그는 “자연스러운 게 좋다. 너무 예쁘면 인조미인 같다”며 장난삼아 작품에 붙은 한지를 떼어내기도 했다.

또한 그는 꽃을 소재로 한 작품에 관해서는 “꽃그림이 굉장히 개성 찾기가 어렵다”며 “제일 무시당하고 제일 어려웠던 게 꽃그림”이라고 했다.

그는 한지의 우수성에 관해서도 강조했다.

“닥나무에서 채취한 한지는 천년을 가는 종이에요. 내구성도 좋고요. 한지가 유화보다 더 오래 갑니다.”


37. 가나아트, 전병현, Appear-Blossom
전병현의 ‘Appear-Blossom’./제공=가나아트센터
그는 파리 국립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면서도 한국적 정서를 머금은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실험하면서 추상과 구상,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독창적 작업을 해오고 있다.

제 1, 2회 대한민국미술대전(1982, 1983년)에서 연이어 수상한 이후 파리 유학시절을 거쳐 현재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그는 “내 작품이 5~6년 주기로 바뀌니 놀라는 이들도 있다”며 “구상이 됐든 추상이 됐든 계속 창조적인 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싹공’(朔O)이라는 아호(雅號)를 가진 그는 지난 2001년부터 15년 간 인터넷에 ‘싹공일기’라는 제목으로 글과 그림이 있는 화가의 일기장을 연재해 이를 책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싹공’은 초하루 삭(朔)에 빌 공(空)을 더해 만든 아호다. 가득 차올랐다가 서서히 이지러지고 다시 차오르는 달을 닮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그는 “천리안 시절부터 인터넷으로 대중과 소통해왔다”며 “싹공일기가 3권이 나왔다. 요즘도 SNS를 통해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작업에 관해 “그냥 좋아서 하는 것”이라는 작가는 앞으로도 새로운 미학적 도발을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전시는 내달 16일까지.


30. 가나아트, 전병현, Appear-Blue and Red Line
전병현의 ‘Appear-Blue and Red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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