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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양심적 병역거부자’ 또 실형…하급심 잇단 ‘무죄’에도 입장 고수

대법, ‘양심적 병역거부자’ 또 실형…하급심 잇단 ‘무죄’에도 입장 고수

기사승인 2017. 06. 25.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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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일각선 "헌법재판소 결정 기다려야" 지적도
대법원 헌재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왼쪽)와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전경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실형을 선고한 대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13번째다.

하급심에서 양심의 자유 등을 이유로 무죄 선고가 이어지고 있고, 헌법재판소에서는 관련 법규정에 대한 위헌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대법원이 헌재의 심판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5일 병역법 위반 혐의(입영기피)로 기소된 신모씨(22)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여호와의 증인 신자인 부모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종교적 신념을 가지게 된 신씨는 2015년 12월 입영을 위한 군 훈련소 소집통지서를 받아 확인하고도 소집일로부터 3일이 지날 때까지 훈련소에 입소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현행법상 처벌 예외사유인 ‘정당한 사유’가 아니고,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하지 말라는 유엔(UN)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권고안은 법률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은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입영 거부가 양심에 따른 결정이 아니라 ‘정당한 사유’ 없이 단지 병역을 기피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양심의 자유가 보장하는 양심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으로 법질서나 사회규범, 도덕률과 일치하는지 여부와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여호와의 증인’ 종파의 독실한 신자로서 극단적 비폭력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사람에게 군대 입영을 형벌로써 무조건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는 결과가 되므로, 이런 경우에는 병역법에서 정하는 입영 등을 하지 않을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또 “병역 외에 대체복무 등 다른 방법을 통해 국가의 안전보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입법자가 그들에게 주어진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에서 정하고 해결해야 할 사항이라고 할 것이지, 위 ‘정당한 사유’를 양심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축소해석함으로써 해결할 사항은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2심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검사의 항소가 ‘이유 있다’고 판단, 1심을 깨고 신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한편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체복무제 도입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의 위헌성 여부를 심사 중인 상황에서 굳이 대법원이 서둘러 판결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올해에만 하급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10건이 넘는 무죄 판결이 선고됐고, 현재 헌재에서는 이와 관련된 28건의 사건이 심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를 변호한 오두진 변호사는 “최근 하급 법원에서 무죄를 인정하는 사례가 많이 나오는 등 법원 내 분위기가 상당히 변화하고 있다”며 “헌재가 헌법적 판단을 준비 중인만큼 대법원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주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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