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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D “매각 안 돼” vs 도시바 “매각 강행”…지켜보는 SK하이닉스

WD “매각 안 돼” vs 도시바 “매각 강행”…지켜보는 SK하이닉스

기사승인 2017. 07.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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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메모리’의 매각 중지를 위해 웨스턴디지털(WD)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 대해 미국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고등법원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첫 심리를 열었지만 결정을 유보했다. 다음 심문 기일은 오는 28일이다.

WD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도시바는 반도체 사업부문 매각을 완료하더라도 향후 소송 결과에 따라 이를 취소해야 하는 잠재적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우선협상대상자인 SK하이닉스가 이 같은 위험을 무릅쓰고 한미일 연합의 일원으로서 도시바 인수 최종 계약에 참여할 것인지 주목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고등법원은 지난 14일 첫 심리기일에서 도시바 매각 중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단을 연기했다. 다만 오는 28일 두 번째 심리기일까지 “도시바 반도체사업의 매각 수속을 완료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헤럴드 칸 판사는 “매각 완료 2주 전에 WD에 통보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40분 만에 첫 심리를 종료했다.

미국 법원은 매각 완료 2주 전 WD에 이 사실을 통보할 것을 도시바에 제안했지만, 통보 후 WD가 도시바의 매각을 거부할 수 있을지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업계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사안인 만큼 미국 법원이 신중한 행보에 나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도시바는 이날 미국 법원의 판단에 대해 “(한미일 연합과) 반도체 사업 매각의 계약체결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성명서를 냈다. 전문가들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도 도시바에 직접적인 효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의 정경호 변호사는 “미국 법원이 도시바 매각 중지 판결을 내린다 해도 이를 일본에서 집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면서 “일본 법원에 집행을 승인해달라는 절차를 한번 더 거쳐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WD가 가처분 신청을 낸 대상이 매각을 진행중인 도시바 메모리가 아니라 도시바와 WD 간 합병회사인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도시바 관계자는 14일 미국 법원의 첫 심리 이후 현지 언론에 “매각 중지 명령이 떨어져도 이는 (도시바와 WD 간의) 합병회사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얼마 전 매각을 위해 분사한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문인 ‘도시바 메모리’에는 효력이 없어 매각 교섭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인 도시바가 미국 법원의 판단을 완전히 무시하긴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일본 변호사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일본 회사인 도시바에 직접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도시바가 미국에도 자산을 갖고 있는 만큼 미국에 두고 있는 시설 등에는 일부 효력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WD가 일본이 아닌 미국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관할권과 상관없이 도시바 정도의 글로벌 기업이 미국 법원의 판단을 완전히 무시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시바는 일단 당장의 매각 중지 조치는 피했지만 향후 소송 리스크를 계속 안고가게 됐다. 특히 미국 법원과 별개로 국제중재재판소(ICC)에 제기된 매각 중지 소송의 경우, 매각 중지 판결이 나오면 이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도시바와 WD는 합작회사 설립 시 체결한 계약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ICC를 통해 해결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ICC의 심리는 이르면 오는 10월 시작해 결과가 나오기까지 1~2년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 매각을 완료해도 ICC의 판단에 따라 매각이 무효로 판단될 경우, WD에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하라는 명령이 떨어질 위험이 있음을 뜻한다.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 인수를 위해 설립하는 특수목적회사(SPC)에 자금을 융자하기로 한 SK하이닉스가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최종 계약에 나설 지는 미지수다.

한편 이날 일본 지지통신은 “SK하이닉스 측이 의결권 취득을 포기하고 한미일 연합에 자금을 융자하는 방식으로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에 참가하는 방안을 수용하겠다는 점을 관계자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나 “지분 인수를 계속 얘기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는 배치된 주장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 같은 보도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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