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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서울아파트값…역대 최고가에도 매물 품귀 현상

고삐 풀린 서울아파트값…역대 최고가에도 매물 품귀 현상

기사승인 2017. 07. 2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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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더 오른다" 조바심에 매수 전환…갭투자도 확산
강남 재건축→일반아파트→분당 등 1기 신도시까지 불붙어

서울의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집값이 왜 오르는지 모르겠어요. 가계부채 대책도 있고, 정부가 집값이 안잡히면 추가 대책도 내놓는다고 하는데 매수자들이 막무가내로 덤벼듭니다. 무서울 정도예요. "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
 

"살 사람은 많은데 집주인들이 물건을 거둬들여 팔 수 있는 매물이 없어요. 간혹 거래 의사를 밝히면 집도 안보고 계약을 합니다. 2006년 과열기를 보는 것 같아요." (서울 양천구 목동의 중개업소 대표)


서울 아파트 시장이 한여름 비수기도 잊은 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6·19부동산 안정화 대책 이후 잠시 주춤한 듯 싶더니 이달 들어 매매 시장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내달린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물론 일반아파트도 곳곳에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매수 대기자들은 집값이 더 오를까봐 불안해서 안달이고, 상대적으로 느긋해진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서울 아파트 곳곳에서 매물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만 보자면 시장 과열 시기로 불렸던 2006년의 시장이 재현되는 느낌이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최근 상대적으로 가격이 오르지 않았던 1기 신도시로 확산 중이다.


23일 부동산 전문가들은 "여름 휴가가 피크에 접어들면서 매수세가 주춤해지지 않겠느냐"면서도 "최소한 내달 가계부채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서울 아파트값 6·19이후 1.26% 더 올라…역대 최고가에도 "없어서 못판다"
정부의 중개업소 합동 단속과 6·19부동산 대책 발표로 주춤하던 서울 아파트값이 이달 들어 다시 질주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17% 올라 이달 들어 3주 연속 오름폭이 확대됐다.


부동산114 조사에서도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41% 올라 3주 연속 상승폭이 커졌다. 정부의 합동 단속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달 9일 주간 상승률(0.45%)과 비슷한 수준의 오름폭이다.


6·19대책 이후 한 달간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도 1.26%이다. 대책 발표 직전 한 달(1.7%)에 비해 오름폭은 둔화했지만 여전한 상승세다.


서울의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아파트들은 6·19대책 이후 가격이 수천만원가량 더 올랐다.


그런데도 매물이 없어 거래가 어려울 정도다. 가격 상승을 기대한 집주인들이 일제히 매물을 거둬들인 것이다. 그나마 시장에 나오는 물건은 가격이 비싸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8㎡ 로열층은 지난 22일 13억3천만원에 팔렸다. 6·19대책 직전 12억∼12억1천만원 선에서 최고 1억3천만원 오른 것이다.


이 아파트 전용 84.4㎡도 6·19대책 이전보다 1억원 가량 올라 현재 호가가 15억2천만원이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개포 주공, 둔촌 주공 아파트에 투자해 수익을 본 수요자들이 이 곳으로 찾아와 차기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를 매입하고 있다"며 "가격이 역대 최고가를 찍었는데도 개의치 않고 산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또다른 중개업소 사장은 "매물이 거의 없다보니 매도자들이 부르는 게 값"이라며 "6·19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이 종전보다 강화됐지만 부자들에게는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72㎡는 6·19대책 이전 16억5천만원이었는데 현재 8천만원 뛴 17억3천만원을 호가한다. 시공사 선정을 진행중인데다 조합이 공동시행방식을 채택해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갈 것이라고 홍보하면서 가격이 초강세다.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는 지난달 대책 이후 3천만∼4천만원 오른데 이어 지난 20일부터 이주가 시작되면서 주변 아파트 가격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5390가구의 초대형 단지가 한꺼번에 이주하면서 가구당 최소 2억∼3억원 이상 이주비를 받은 집주인들이 인근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주 강동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서울지역에서 가장 큰 폭(0.97%)으로 상승했다.


둔촌동의 S공인 사장은 "집값은 계속 오르고 전셋값은 받쳐주니 이주자들 사이에 대출을 조금 더 보태서 전세 끼고 집을 사버리는 '갭투자'가 유행"이라며 "입주 때까지 가구당 몇 억원씩 저리의 목돈이 생기는데 금리 싼 은행 대신 집을 사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비강남권도 마찬가지다.


대지지분이 커 재건축 유망 단지로 꼽히는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7단지 전용 66㎡는 최근 역대 최고가인 9억5천만원에 거래가 이뤄진 뒤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목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 추진을 위한 지구단위계획이 내년 중에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어 6·19대책 이후에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강세"라며 "매물이 거의 없는 데다 그나마도 매수자가 나타나면 가격을 올려버려서 거래가 힘들다"고 말했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이 높은 강북에서는 '갭투자'가 성행하고 있다. 매매가격에서 전세 보증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 있으면 집 한 채를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도심권에서 가장 뜨거운 마포·용산·성동구 등 도심권은 물건이 부족해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중이다. 특히 성동구는 전략정비구역 개발 호재로 최근 호가가 급등하고 있다.


광진구 자양동 자양10차 현대홈타운은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7억4천만∼7억5천만원이었는데 현재 호가가 최고 8억원까지 올랐지만 매물이 없어 거래가 안된다.


소형 아파트가 밀집된 노원구 상계동에도 투자수요가 계속해서 몰린다. 상계 주공8단지 등 인근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는 물론, 소형 아파트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비교적 싼 값에 매수가 가능하고, 저금리 시대에 임대사업도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상계동 P중개업소 대표는 "상계동 보람아파트 전용 54.6㎡는 한달 전 2억6천만원에 거래됐는데 현재 2억8천만원에도 물건이 없다"며 "사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팔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강세…"저평가됐다" 인식, 갭투자족 몰려
현재 새 아파트 입주가 몰린 화성 동탄 등 2기 신도시의 아파트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그동안 2기 신도시에 밀려 찬밥 신세였던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아파트 시장에는 다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7월 14일 기준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은 작년 말 대비 1.72% 상승했다. 2기 신도시가 0.76% 오른 것에 비해 상승폭이 1%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특히 분당은 올해 들어 2.41% 올라 오름세를 주도했다.


분당신도시 아파트값은 현재 3.3㎡당 평균 1347만원으로 10년 전인 2007년의 3.3㎡당 1978만원에 한참 못미쳐 투자자들이 유입되는 분위기다.


분당 정자2동 K공인 대표는 "분당 아파트값이 2006∼2007년 고점 이후 계속해서 떨어지고 지난해도 별로 안올랐기 때문에 최근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족이 많은데 팔겠다는 매물이 별로 없어서 가격이 더 강세"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5억원짜리 아파트 전세 3억원을 끼면 자기 자금 2억원이면 중소형 아파트 1채는 거뜬히 산다"며 "무주택자도 집을 사지만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한 투자 수요가 더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산 신도시 일대도 GTX 개발 호재로 갭투자 수요가 대거 몰리고 있다.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의 J공인 대표는 "GTX가 개통되면 역세권 아파트가 될 것이라는 기대심리에 대구·부산 등 지방에서도 원정투자를 온다"며 "실수요보다 취·등록세만 있으면 사고 전세 놓는 갭투자 하려는 사람이 더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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