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증세와 고수익 기업 그리고 개인의 명예

남성환 기자 | 기사승인 2017. 07. 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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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솔로몬도 골치 아파 할 거야”

증세 문제를 두고 정부, 여야 정치권, 기업과 국민 등 납세자의 생각이 각기 다른 것을 빗대어 한 말이다. 문재인정부의 복지프로젝트 실천에 필요한 178조원의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증세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세금을 더 걷는 게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지를 잘 보여주는 표현이다.


솔로몬의 지혜는 문제가 간단했다. 한 아이를 두고 두 여인이 서로 자기 아이라고 싸우자 솔로몬은 아이를 반으로 나눠 가지라고 했다. 그러나 한 여인은 기다렸다는 듯 아기를 반으로 쪼개자고 했고, 한 여인은 울면서 안 된다고 펄쩍펄쩍 뛰었다. 누가 엄마인지 간단하게 결론이 났다. 의외로 간단했다. 두 사람 가운에 엄마만 가리면 되는 문제였다.


그런데 증세는 어떤가? 명분은 같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것이다. 복지를 위해서는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정부나 여당, 야당, 언론과 국민들도 수긍을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복지 혜택을 더 받으려면 누군가가 세금을 더 내는 게 합당하다는 것이다. 백 번 천 번 옳은 생각이다.


문제는 행동이 다르다는 점이다. 정부 여당이 세금을 올리지 않는다고 했을 때 야당과 언론은 증세 없는 복지라며 비판했다. 돈 나올 구멍도 없는데 그 많은 복지비용을 어떻게 댈 것이냐며 열을 올렸다. 그런데 막상 세금을 올리려 하자 증세는 국민에게 부담이 된다며 비판으로 돌아섰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정부는 골치가 아플 것이다.


2000억원 이상의 초고수익 기업, 5억원 이상의 초고소득 개인을 우선 대상으로 꼽고 법인세율 등을 올린다는 것이다. 개인의 경우 과세 구간을 신설해 증세하는 안까지 나왔다. 코스피의 선물·옵션 양도세를 올리고 해외계좌 의무신고 대상도 10억 원에서 5억 원으로 낮아진다는 보도도 나왔다. 증세 논의 과정에서 또 무슨 명목으로 세금이 늘거나 새로 생길지 모른다.


세금의 이름도 다양하다. 아예 작명가를 총 동원한 느낌이다. 초고수익 대기업과 초고소득 개인의 증세를 여당은 슈퍼리치 증세, 대한민국 1% 증세, 명예 증세 라는 말로 좋게 보았고 야당은 포퓰리즘 증세, 폭탄 증세라는 말로 비판했다. 같은 증세인데도 보는 시각에 따라 표현이 180도 달라진다.


증세를 향한 화살은 이미 당겨졌다. 어떤 모양의 화살을 어떻게 쏴서 세금을 잘 거두냐 하는 문제만 남았다. 증세가 자칫 소리만 요란할 뿐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고, 조용하면서도 의외로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후자다. 기업이나 국민들이 증세 후유증을 덜 느끼고, 대신 세수는 늘어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생각할 게 있다. 첫째는 정부 여당은 힘이 있을 때 밀어붙인다는 무모한 생각을 접어야 한다. 겸손한 마음이 필요하다. 나라가 어려우니 당연히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생각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해와 협력을 구하고, 함께 동참해주도록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이 더 있어야 한다.


다음은‘내가 복지 혜택을 더 받는 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잘 심어주어야 한다. 내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반대로 내가 남을 돕는 것은 더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런 나눔의 생각이라면 증세를 받아들이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기업에 물리는 법인세는 자칫 소비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아주 크다. 어떤 기업이 증세로 1년에 1000억 원의 세금을 더 낸다면 이 돈이 물건 값에 전가되어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기업으로서는 가만히 앉아 1000억 원의 수익 감소를 환영할리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지혜를 짜내야 한다.


정부가 돈 나올 구멍을 고수익 대기업과 고소득 개인에게서 찾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경기침체로 대그룹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이 어렵다. 이럴 때 수익을 많이 내는 대기업이 세금을 더 내는 것은 국가를 위해 큰 일을 하는 것이다. 나라가 어려울 때 대기업은 곳간을 열 필요가 있다. 대신 정부와 국민은 대기업을 인정하고, 노력에 감사를 표하는 용기도 있어야 한다.


개인의 경우도 결국은 초고소득자들이 세금을 더 부담할 수밖에 없다. 당사자들은 ‘내가 봉이냐’며 화가 날 수도 있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당장 먹고 살기도 빠듯한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거둔다는 것은 조세 형평은 물론 사회정의와도 맞지 않는다. 초고소득자들도 질시의 손가락질을 받거나 비판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노력도 인정받고 평가 받아야 한다.


문재인정부의 178조원 복지비용이 아니더라도 국가 살림살이에 해마다 돈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증세는 어느 정권이 해도 해야 할 과제다. 그렇다면 정치권, 기업, 국민들은 증세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어려운 사람이 더 어려워지지 않을지, 세금을 더 부담하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특별히 세금을 더 내게 될 고소득 기업과 고소득 개인의 명예를 지켜주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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