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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이광구 우리은행장, 임직원에 책 선물한 사연은?

[취재뒷담화]이광구 우리은행장, 임직원에 책 선물한 사연은?

기사승인 2017. 08.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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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구 우리은행장은 평소 본인의 경영 철학을 임직원에게 선물해 자연스럽게 전파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말로 경영 철학을 상명하달하기보다는 다양한 의미를 더한 선물로 거부감을 없애는 방법을 택한 셈입니다.

최근 이 행장은 본부 부서장들에게 책을 선물했습니다. 이 행장이 선물한 책은 참여정부에 이어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도 경제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변양균 전 정책실장의 신간 ‘경제철학의 전환’인데요. 특히 이 행장은 책 앞에 ‘5장을 꼭 읽어볼 것’이라는 포스트잇을 붙여 선물했다고 합니다.

이 행장이 강추한 5장 ‘투자의 자유 : 모험을 촉진하는 혁신금융’에서는 은행의 ‘전당포식 영업’을 꼬집고 있습니다.

실제 올 상반기 국내 은행들은 1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시장에서는 담보 중심 가계대출로 예대마진을 남긴 ‘전당포식’ 영업이라며 비난한 바 있습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은행이 부동산 대출에 집중된 영업 형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행장이 선물한 이 책에서도 국내 은행들이 외환위기 이후 엄격한 진입 규제로 새로운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외형만 확장하기 위해 기업대출보다 위험부담이 적은 담보 중심의 가계대출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은행이 산업의 파이프라인 역할은 하지 못하고 전당포 영업에 안주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산업과 혁신기업의 성장 토대가 돼 줘야 하는 은행들이 정작 중소기업 대출 비중을 줄이면서 창업과 초기 운영 자금이 부족한 벤처기업들은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고, 금융기관에서 대출받는 국내 자영업자 46% 중 33%가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를 이용하고 있어 원리금 상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책은 금융기관이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라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동산담보대출(부동산 담보가 아닌 유형자산, 지적재산권 등) 활성화, 은행의 벤처투자 기금 조성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취임 이후 이 행장은 전 지점장들에게 ‘구두’를 선물해 ‘발로 뛰는 영업’을 하라는 뜻을 전달했습니다. 각 영업점에는 ‘활력소가 돼 달라’는 의미로 비타민제를 선물하기도 했죠.

이번 책 선물도 의미가 남다른데요. 은행이 ‘전당포식 영업’에서 벗어나 산업의 성장을 위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함께 고민하자는 뜻이 아닐까요. 예대마진 장사를 넘어 투자를 통한 ‘혁신 금융’으로 은행의 동반 성장을 꿈꾸는 이 행장의 생각이 잘 전달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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