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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햄버거·과자 이어 ‘살충제 계란’까지…무너지는 ‘먹거리 신뢰’

[기자의눈] 햄버거·과자 이어 ‘살충제 계란’까지…무너지는 ‘먹거리 신뢰’

기사승인 2017. 08. 1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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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만
음식을 먹는 것처럼 중요한 일이 있을까. 기본적으로는 생명을 유지하고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얻는 행위이지만, 좋아하는 음식을 통해 행복감을 얻는 등 심리적인 측면에도 작용한다. ‘밥 한끼 하자’는 말처럼 타인과 소통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우리 생활과 뗄 수 없는 먹거리가 최근 들어 일부에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등 신뢰도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 ‘도대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게 뭐냐’는 불만이 팽배하다.

앞서 유명 브랜드의 햄버거를 먹고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린 어린이가 신장의 90%가 손상돼 평생 투석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주장이 나와 학부모들을 경악케 한 데 이어 한 워터파크에서는 ‘용가리 과자’로 불리는 액체질소 과자를 먹고 위에 천공이 생기는 사고까지 발생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촉발된 ‘살충제 계란’ 사태는 이러한 ‘식품 불신’ 분위기에 불을 더욱 지피는 모습이다. 일개 브랜드나 판매업자의 부주의가 아니라 국가적인 식품안전에 구멍이 뚫렸다는 측면에서 불안의 파급효과는 사뭇 다르다.

더구나 유럽발 ‘살충제 계란’ 파문 속에서 국내산 계란과 닭고기에서는 피프로닐 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밝힌 지 불과 나흘 만에 검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부 당국의 늑장 대처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들이 식품안전의 잣대로 여기는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사실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경기 남양주·광주의 산란계 농장에 이어 정부 당국의 1차 전수조사 결과 16일 강원 철원과 경기 양주 농장의 계란에서도 각각 기준치를 초과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살충제가 잇따라 검출되면서 파장이 확산될 조짐이다. 국내에서 피프로닐에 대한 제대로 된 검사가 사실상 올해 처음 이뤄졌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적잖은 농가에서 해당 약품을 오래전부터 사용해 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신뢰는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기는 한순간이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관리 부실’ ‘늑장 대처’ ‘안일한 대응’이라는 키워드에 익숙해진 지 오래다. 사각지대 없는 지속적인 관리 감독과 철저한 후속 대응만이 무너진 먹거리에 대한 믿음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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