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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갬블링 센터’ 노리는 필리핀…그러나 서양 기업들 여전히 투자 망설여

‘아시아 갬블링 센터’ 노리는 필리핀…그러나 서양 기업들 여전히 투자 망설여

기사승인 2017. 08. 1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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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워터프론트 마닐라 파빌리온 홈페이지
필리핀이 마카오를 제치고 아시아 제 1의 갬블링 도시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투명성 문제와 당국의 이중적 태도로 앞길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필리핀이 마카오나 라스베이거스 등 기존의 전통적인 갬블링 허브 도시들의 성장세가 주춤한 틈을 타 글로벌 갬블링 센터가 되기 위해 발돋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필리핀의 카지노 산업 전체 수익은 24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마카오의 27억 8000만 달러와 거의 비등한 수준이다. 신용평가기관 피치에 따르면 필리핀 갬블링 산업은 2009~2016년까지 연평균 24%라는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왔다. 같은 기간 마카오의 성장세는 연평균 13% 이하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친중정책에 그 공을 돌렸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중 노선에 중국과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해외 카지노 운영 업체들은 필리핀 시장 진입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이다. 미국 리조트 기업 MGM리조트인터내셔널의 에드 바워 부회장은 지난 5월 필리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MGM은 필리핀 카지노 시장에 진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와 필리핀 규제 당국의 이중적 태도에 대해 지적했다.

필리핀 당국은 국영기업 파코(Pagcor)을 통해 자체적으로도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파코는 자체적으로 카지노를 운영하는 한편 다른 카지노들의 감독 역할도 맡고 있어, 이해관계에 충돌이 발생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 국무부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필리핀의 카지노 산업이 테러 단체의 돈세탁에 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범죄 단체들이 카지노 운영에 관여하면서 조직적 범죄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에서 해커들이 훔쳐낸 8100만 달러(약 925억 원)는 필리핀 카지노들을 통해 돈세탁 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또 마약 밀수업자들이 필리핀의 은행 시스템과 기업, 특히 카지노를 활용해 마약을 밀수하고 불법 자금을 해외 계좌로 빼돌리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최근 몇달간 발생한 다수의 사건들로 필리핀 카지노들의 느슨한 보안 문제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6월 카지노로 한 무장괴한이 침입해 36명을 죽이고 자살하는가 하면, 7월에는 주로 중국인들로 구성된 고리대금업자 연합이 마닐라 파라냐케 소재의 카지노에서 싱가포르 국적의 40대 여성을 납치·감금하고 몸값 18만 달러를 요구하는 사건도 있었다.

마카오의 게이밍경영 및 컨설팅 전문 회사 아이게이믹스(IGamiX)의 벤 리 사장은 “대부분의 글로벌 투자 기업들이 요구하는 신뢰도와 투명성이 필리핀 카지노에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필리핀의 카지노들이 서양 대기업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두테르테 정부 역시 노력 중이다. 카지노 산업을 양성화 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기로 한 것. 지난달 두테르테 대통령은 카지노를 돈세탁 방지 규제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법안에 서명했으며, 또한 불법 도박과의 전쟁을 강화하라고도 사법당국에 명령했다. 파코의 카지노를 올해안까지 민영화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그러나 파코는 베니그노 아키노 전 정부 집권 당시인 2012년에도 지금처럼 민영화 압박을 받았지만 결국 실천에 옮기는 일은 없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파코가 오랜 기간 정부의 매력적인 재원이 돼 왔으며, 이 때문에 정치인들은 진심으로 파코를 변화시킬 생각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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