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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살충제 계란, 정부의 ‘현장’외면이 화 키웠다

[사설] 살충제 계란, 정부의 ‘현장’외면이 화 키웠다

기사승인 2017. 08. 1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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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난 10일 "유럽산 계란이 함유된 가공식품을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3일 전 영국이 네덜란드에서 수입된 계란에서 살충제인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후 살충제 계란 파문이 벨기에 독일 프랑스 등 유럽전역으로 확산될 때였다.
  

식약처는 그러던 중 14일 "15일 0시를 기해 3000마리 이상 닭을 키우는 농가에서 생산되는 계란을 전격 출하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잔류농약검사를 실시하던 중 경기도 남양주시 농가의 계란에서 살충제성분이 검출된 데 따른 것이다.
 

식약처가 무엇을 근거로 국내에 유통 중인 유럽산 계란이 함유된 가공식품을 먹어도 좋다고 권고했는지 알 수 없다. 류 처장은 "지난해 조사에서 이상이 없었다"고 보고를 받아 이같이 말했다고 국회에서 밝혔다. 8개월 훨씬 이전의 조사결과를 믿고 국민에게 안전하게 먹도록 권했다는 이야기다. 정말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행정이다.
 

언론보도를 보면 한국소비자연맹이 국내에 유통 중인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검출됐다고 처음 공개한 것은 지난 4월 6일이었다. 같은 달 19일에는 정식 공문을 통해 이러한 결과를 농식품부와 식약처에 알리고 살충제 검출여부를 공동조사하자고 요청까지 했다.
 

그러나 정부당국으로부터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고 했다. 식약처는 이에 대해 당시 조사를 실시했으나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해명했다. 식약처의 조사능력이 민간 소비자단체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에서 경찰이 수사를 하거나 조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현장' 확보다. 그래서 경찰이 수사를 할 때 제보와 신고를 받고 가장 먼저 달려가는 곳이 바로 현장이다. 이는 현장에 사건의 원인이 있고 해법도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국은 처음부터 소비자단체의 신고조차 가볍게 봐 넘긴 것이다. 그 뿐 아니라 현장조사마저 소홀했다. 살충제 계란이 검출된 농장 6곳 중 5곳이 친환경 인증농장이란 사실도 이러한 의문을 더욱 깊게 한다. 전국의 산란계 농장 1060곳의 73%가 친환경 농장이라니 더욱 그렇다.
 

친환경 인증마크만 붙으면 일반 계란보다 값을 40%나 더 받을 수 있으니 이 마크가 남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국이 현장을 무시하고 책상머리에 앉아 말로만 조사를 하고 친환경 인증을 한 탓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이러니 정부당국의 행정을 믿을 수 없는 것이다. 사태수습 후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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