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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군함도’ 류승완 “어두운 과거사에 빛 들길 바랐죠.”

[인터뷰] ‘군함도’ 류승완 “어두운 과거사에 빛 들길 바랐죠.”

기사승인 2017. 08. 1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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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류승완/사진=CJ 엔터테인먼트
'베테랑'으로 천만 감독에 이름을 올린 류승완 감독이 일제 강제 징용의 역사를 다룬 '군함도'로 돌아왔다.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당시 많은 조선인들이 탄광 노동을 위해 강제 징용 된 곳으로 일본은 이러한 사실을 외면한 채 군함도를 일본 근대화의 상징으로 여기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류승완 감독은 이러한 비극적인 역사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조선인들의 탈출기라는 상상력을 가미해 '군함도'를 탄생시켰다.

탈출극은 실제 했던 일이 아니지만 탄광 내 디테일이나 징용된 조선인들의 참혹했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영화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박유하 세종대 일문과 교수는 "위안부와 남성 징용은 동원 루트 자체가 다르다"며 군함도에는 피해자가 없다는 주장으로 영화를 비평하기도 했다.

"꽃길만 걸으려고 했다면 이 영화 하지 않았을 거예요. 이건 영화에 대한 논란이라기보다 청산되지 못한 과거사에 대한 각자의 입장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지는 점점 더 햇빛 아래 드러날 거예요. 2차 대전을 다룬 수많은 홀로코스트 영화가 나와도 독일 정부가 한 번도 왜곡 논란을 꺼내지 않아요. 홀로코스트의 선봉에 나치가 있었기 때문이죠. 독일은 나치 부역자를 부끄러운 역사로 보고 청산 작업을 해왔어요. 반면 우리역사에서는 반민특위에 성공하지 못했죠. 청산하지 못한 과거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러는 동안 일본은 '군함도'를 의식한 듯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후보지로 올렸던 사도 탄광을 자체 탈락시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후보로 올렸던 사도 탄광을 자진 탈락시키고 다른 곳을 후보지로 올렸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군함도'의 영향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안타깝게도 영화는 도저히 공존할 수 없어 보이는 국뽕과 친일이라는 양극단의 논리가 혼재하며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국뽕과 친일이 어떻게 한 영화에 존재할 수 있나요. 이를테면 영화를 본 후 관객이 솔직하게 느끼는 감상이나 합리적인 비판은 저를 되돌아보게 하지만, 이번은 특이해요. 이건 비이성적 상태로 가고 있는 거예요. 영화를 보지 않은 비판에 대해서는 저 스스로 조차 이성적 판단이 어려울 것 같아서 덤덤하게 보고 있어요."

'군함도'는 이례적으로 22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돼 초대형 블록버스터로 주목받았다. 그만큼 투자사로부터 편집권은 완벽하게 보장받았는지 궁금해 하는 관객도 있었다. 

"저는 지금까지 영화 만들면서 제가 편집실에서 쫓겨나거나, 제 의도와 다른 장면이 들어간 적이 없어요. 제가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장면이 삭제된 적도 없고요.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든 설득을 하던 싸우는 스타일이죠."

영화는 창작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강제 징용 역사를 다루는 만큼 철저한 고증에 의해 재현하고자 했다. 

"탈출 장면도 군함도 전문가와 사학자, 군사 전문가에게 철저하게 고증을 받은 거예요. 어떤 이동 경로로 움직이게 되고 그때 일본의 병역들은 어떤 식으로 제압하고 어떤 무력충돌이 일어날 것인지 고증에 근거해서 만들어 낸 거죠. 숙소인 반지하 다다미 방은 파도가 세서 항상 젖어있었다고 해요. 피부병에 걸리는 사람도 많았고요. 다다미 방 안에서 노예처럼 얼기설기 누워서 잤다고 해요. 탈출 같은 판타지 장면도 취재에 근거해서 리얼리티를 쌓으려고 했어요."

류승완 감독은 스태프들의 공도 잊지 않았다. "영화에 출연한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에 대한 특별한 의식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무대인사 때 우리는 힘들다는 이야기도 못해요. 우리는 세트잖아요. 실제 지하 1000m 막장 들어간 그들을 생각하면 힘들다는 말 못하죠.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영화의 발견이라 하면 극중 이강옥(황정민)의 딸 소희로 분한 아역배우 김수안이다. 영화는 소희의 클로즈업으로 엔딩을 맞는다.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과 아이들이라고 생각해요. 그 당시 우리 민족 여성들에게 가해졌던 폭력은 어마어마했죠. 이상하게 처음부터 소녀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서 관객과 눈을 마주치는 모습으로 끝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김수안 양은 정말 천재예요. 제가 일하면서 아역배우와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잊을 정도였어요. 수안이 어머님이 작명소에서 수안이 가졌을 때 이름 받아왔는데 '소희'였다고해서 놀랐어요."

류승완 감독은 2000년 독립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했다. 28살에 제작비 6500만원으로 괴물같은 영화를 만들던 그때가 그립지는 않을까. 

"저는 지금이 좋아요. 그때도 좋았고, 지금도 좋다는 게 맞는 말이죠. 그때는 제가 최고가 될 거라는 얼토당토않던 생각이 있었으니 좋았고, 지금은 제가 최고가 될 수 없다는 걸아니까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어서 좋아요. 그때는 20대니까 젊음이 주는 에너지가 있었어요. 나이가 들면 욕심을 부려야 할 것과 놔야할 것을 알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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