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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 9번출구부터 이어지는 홍익대학교 인근 거리는 서울의 대표적인 ‘젊음의 거리’다.
북적거리고 사람 냄새 짙은 그곳 홍대 거리에서 도로 하나만 건너면 자연과 어우러져 정적인 공간으로서 또 다른 매력을 내뿜는 연남동이 있다.
2015년 6월 초록색 잔디와 나무가 무성한 경의선 숲길 공원이 조성되면서 연남동 일대도 젊은이들을 끄는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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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운 ‘경의선 숲길 공원’ 풍경. |
이곳은 경의선이 지하화 되면서 남겨진 지상 철로 지역에 조성됐으며 풍성한 자연생태와 활기찬 도시문화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큰 소나무 숲길이 경의선 숲길의 시작을 알리고 폐철길을 따라 옆으로 늘어선 1㎞ 은행나무 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 경의선철도 및 공항철도 지하 유출수를 이용한 세교실개천이 시원하게 흘러 여유로움을 더한다.
경의선으로 단절된 옛 고갯길을 복원해 역사성을 재해석한 새창고개를 지나면 메타세콰이어 길과 느티나무 터널이 시원한 빌딩 속 정원을 연출한다.
이렇듯 다양한 나무들이 구간마다 단정하게 정렬돼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지친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
산책길 옆으로 넓게 뻗은 잔디마당. |
길마다 크고 작은 잔디마당과 광장이 연결돼 돗자리를 깔고 앉아 도시락을 먹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띈다.
친구나 연인 또는 스스로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엽서에 담아 보내는 느린 우체통은 이 공원만의 특별 프로그램이다.
경의선숲길 CU편의점에 비치된 공원엽서에 할 말을 적어 우체통에 넣으면 설날 추석 즈음에 받아볼 수 있다.
△ 수십년 자랑 ‘기사식당 거리 & 화교식당 거리’
수목과 야생화 등 공원 생태계를 관찰하며 경의선 숲길 공원을 걷다보면 자연스레 허기가 밀려온다.
연남동 명소 기사식당 거리. |
연남동에는 세계 각국의 음식 전문점이 들어서고 있지만 10~50년간 싸고 맛있는 음식을 푸짐하게 대접해 온 식당들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기사식당 거리와 화교식당 거리의 음식점들이다.
이곳 식당들은 연남동이 핫플레이스로 자리잡기 이전부터 이미 미식가들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맛집으로 입소문이 났다.
기사식당 거리는 경의선 숲길 공원에 들어서기 전 보이는 연남치안센터의 우측 골목에 위치해 있다.
순대국과 돼지국밥, 감자탕, 백반, 숯불고기, 돼지불백 등 대부분 속을 든든히 달랠 수 있는 한식당들이 밀집해 있다.
기사식당 거리 우측 골목에 펼쳐진 화교식당들. |
기사식당 거리의 우측 골목에는 10여 개의 중식당들이 모여 있는 화교식당 거리가 펼쳐진다.
화교식당 거리는 1969년 명동에 있던 한성화교중고등학교가 연희동으로 이전하면서 가까운 연남동에 중식당들이 속속 생겨나며 조성됐다.
△ 서정적 추억 셋 ‘갤러리·흑백사진관·벽화길’
연남동 골목을 돌다 보면 소규모의 갤러리들과 흑백사진관, 벽화길 등이 발길을 사로잡는다.
경의선 숲길 공원 입구의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10평 남짓한 전시장인 ‘챕터투’(ChapterⅡ)가 있다.
비영리 미술 공간 ‘챕터투’의 전시 작품들. |
‘챕터투’는 수년 전까지 동네의 슈퍼마켓과 창고로 쓰이던 곳을 개조한 비영리 미술 공간이다.
국내 유망한 작가와 기획자들이 보름에서 길게는 두 달간 현대미술의 현재와 미래을 조망하는 다양한 전시를 펼친다.
이밖에도 ‘아트앤북스 갤러리’ ‘갤러리 기체’ ‘플레이스막’ 등 연남동에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창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아담한 공간이 많다.
‘챕터투’를 빠져나와 왼쪽으로 돌면 흑백사진관 ‘두근거림 준’이 눈에 띈다.
흑백사진관 ‘두근거림 준’. |
웨딩사진과 백일사진 등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찍는 사진뿐만 아니라 친구나 가족 등 소중한 사람과 현재를 추억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흑백사진관을 찾는다.
‘두근거림 준’과 ‘기억저장소 사진관’은 연남동의 대표적 흑백사진관으로 이곳에서 촬영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 숨겨진 명소로 벽화길을 꼽을 수 있다.
액세서리 공방 ‘팅클유’와 편집매장 ‘아트플라츠’가 이어지는 벽화길. |
벽화길은 경의선 숲길 공원과 연남동 커뮤니티센터 사이 골목에 소박하게 자리해 있어 자칫 잘못하면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초상화와 아트상품 등을 판매하는 편집매장 ‘아트플라츠’와 액세서리 공방 ‘팅클유’ 등 아기자기한 가게들의 출입문 양 옆 벽에 그려진 그림에 주목하면 된다.
액세서리 공방 ‘팅클유’와 편집매장 ‘아트플라츠’가 이어지는 벽화길. |
이는 각 매장 측에서 꾸며놓은 벽화로 쇼핑과 함께 벽화를 포토존 삼아 인생샷을 남길 수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유명하다.
△ 국내 최초 책 테마거리 ‘경의선 책거리’
홍대입구역 3번출구 쪽 연남동을 충분히 둘러봤다면 반대편에 펼쳐진 경의선 책거리 산책을 놓쳐선 안 된다.
경의선 책거리는 옛 경의선 철길 자리인 홍대입구역 6번출구에서 와우교까지 약 250m 규모로 조성된 전국 최초의 책 테마거리다.
‘경의선 책거리’의 열차 모형 도서 부스들. |
이곳은 지난해 개장 이래 약 40만명의 방문객들이 찾는 등 떠오르는 관광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열차 모형의 도서 부스, 시민이 사랑하는 책 100선, 조형물, 옛 서강역사를 재현한 미니 플랫폼 등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됐다.
경의선이 지나던 자리에 산책로가 조성됐고 길 양편에 인문·문학·여행·예술·아동·문화·미래 산책 등 14개동의 부스가 설치돼 있다.
‘문학 산책’ 내부 모습. |
각 부스에서는 테마별 도서홍보·전시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책장 맞은 편엔 책을 읽을 수 있게 의자도 놓여 있다.
마치 열차에 앉아 기차여행을 하듯 독서를 즐길 수 있어 색다른 체험을 제공한다.
서강역사를 재현한 미니플랫폼. |
서강역사를 재현한 미니플랫폼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역사의 공간으로 주말엔 버스킹이 열린다.
아울러 9월 17일까지 서울·경기 지역 작가의 조각 작품 14점을 전시하는 야외 조각전이 열려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다.
경의선 책거리의 운영 시간은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인문 산책’ 부스 앞에 설치된 조형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