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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시사상식] 계란도 ‘이력제’ 도입…닭 잃고 양계장 고치나

[톡톡! 시사상식] 계란도 ‘이력제’ 도입…닭 잃고 양계장 고치나

기사승인 2017. 09. 0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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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거차량으로 폐기되는 살충제 계란
지난 8월 23일 살충제 성분인 비펜트린이 초과 검출된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의 한 산란계 농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계란을 폐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 먹거리 계란에서 피프로닐·비펜트린 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이른바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축산물 안전관리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지난달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현안보고 자리에서 제출된 ‘국산 계란 살충제 안전관리대책’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대책에는 동물복지형 농장 등 사육환경 개선, 닭고기·계란 안전관리시스템 강화, 친환경 인증제도 전면 개편 등의 방안이 담겨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동물복지형 농장 비중을 오는 2025년까지 30% 수준으로 늘리고, 닭을 케이지나 평사에서 키웠는지 사육환경을 난각·포장에 표시하는 ‘사육환경표시제’를 도입키로 하는 방안이 눈에 띕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방안 중 하나는 농식품부가 2019년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힌 ‘닭고기·계란 이력추적제’입니다. 이번에 적발된 피프로닐·비펜트린 등과 같은 살충제나 잔류농약이 검출됐을 경우 해당 닭고기나 계란의 생산·유통 과정 등 그 이력을 역추적해 신속한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소비자에 대한 정보 제공도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가축(축산물)의 출생(수입)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각 단계별 정보를 체계적으로 기록·관리하는 제도를 ‘축산물이력제’라고 합니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이나 구제역 등과 같은 가축질병이 발생했을 경우 이력정보의 추적을 통해 방역 등의 효율성을 높이고 축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게 이 제도의 주된 취지입니다.

하지만 현재 ‘가축 및 축산물 이력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축산물이력제를 적용해 시행 중인 가축은 소와 돼지 뿐입니다.

쇠고기 이력시스템
이미지 출처=농림축산식품부 ‘축산물이력제’ 홈페이지(aunit.mtrace.go.kr)
소(쇠고기) 이력제는 2008년 12월 국내산 소(한우) 사육단계에 대해 우선적으로 시작됐고 6개월 뒤인 2009년 6월 ‘도축-포장처리-판매’로 이어지는 유통단계로 확대돼 전 과정에 걸쳐 시행됐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1년여 후인 2010년 12월에는 수입쇠고기까지 그 범위가 확대됐습니다.

국내산 소와 수입쇠고기 이력제간 차이가 있다면 전자의 이력정보에는 품종과 부위명, 등급, 도축장명, 포장일자, 유통기한, 원산지 등 9가지 내용이 담긴 개체식별번호가 표시돼 있는 반면, 후자에는 원산지, 유통기한, 수출국 도축·가공장, 수출회사, 냉장·냉동 여부 등의 이력정보를 담은 유통식별번호가 부여된다는 점입니다.

국내산 소 이력제의 경우 이력정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소 사육현황 일제 정비사업을 매년 하반기에 실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올해는 3분기부터 통계청이 분기마다 발표하는 소 가축동향조사가 소 이력정보로 대체됨에 따라 예년보다는 다소 빠른 8월 1일을 기준으로 소 사육농가별 실제 사육 두수와 이력관리시스템에 등록된 두수를 비교해 개체식별번호와 품종, 성별, 출생일, 사육여부 등을 점검하는 정비사업이 이뤄졌습니다.

돼지고기 이력제는 2015년 12월 국내산 돼지(한돈)를 대상으로 시행됐습니다. 소 이력제와 다른 부분은 12자리로 구성된 이력번호에 ‘농장식별번호(6자리)’가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돼지의 경우 사육기간이 짧고 개체수가 많아 소와 같은 개체별 이력관리보다는 인력과 예산의 효율성을 고려해 농장식별번호를 매개로 한 농장단위 이력관리가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돼지보다 사육기간이 더 짧고 개체수도 몇 배는 더 많은 닭(고기)과 계란은 어떤 방식의 이력번호가 부여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일단 계란의 경우는 겉 표면에 표시하는 난각이 이력번호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농식품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살충제 등에 노출된 계란의 이력 추적관리를 위해 현재 네 가지나 되는 난각 표시방법을 단일화하고 생산연월일을 새롭게 추가 표시하는 등 개선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비록 모양새는 ‘닭 잃고 양계장 고치는’ 격이 됐지만 닭고기·계란 이력추적제가 소비자가 살충제나 잔류농약 걱정 없이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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