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고대화 칼럼] 햇감자를 보며
2018. 12. 11 (화)
  1. 춘천
  2. 강릉
  3. 서울
  4. 인천
  5. 충주
  6. 대전
  7. 대구
  8. 전주
  9. 울산
  10. 광주
  11. 부산
  12. 제주

뉴델리 12.8℃

도쿄 3.9℃

베이징 -2.7℃

자카르타 27.6℃

[고대화 칼럼] 햇감자를 보며

기사승인 2017. 09. 15. 07:3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플러스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라인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척박한 곳서 자라 기근 배고픔 해결한 '착한' 감자
고대화
고대화 아우라미디어 대표프로듀서
강원도에 계시는 지인께서 햇감자를 보내주셨네요. 원래 강원도에선 하지(夏至)에 감자를 수확한다 하니 많이 늦은 거지요. 하! 토실토실하면서도 왠지 앳되고 말간 얼굴을 한 것 같은 햇감자를 본 게 참 오랜만입니다. 눈으로 볼 때 감자표면이 매끈한 것이 좋고, 만졌을 때 단단한 것이 좋다는 어른들의 말씀, 딱 그런 똘똘한 놈들입니다. 막 신병교육대에 입대하러 온 녀석들 같은 느낌입니다. 그런 녀석들을 한참 신기하게 들여다보다가 아내에게 생감자를 그대로 삶아 달라 부탁합니다.

감자하면 ‘생감자로 만든 포테이토칩’이나 ‘맥주와 함께 하는 프렌치프라이’ 이런 광고에 익숙해져서 왠지 간식거리인 듯하지만 세계 많은 나라에서는 중요한 주식입니다. 쌀·밀·옥수수와 더불어 세계 4대 식량작물이라는 거지요. 채소를 거의 먹지 않는 같은 유목민의 나라에서도 감자는 중요한 음식재료입니다. 수년전 몽골에 갔을 때 먹은 몽골의 국민음식 허르헉(양고기를 쪄 만드는 음식)에 든 감자는 참으로 천하일미이더군요.

감자는 약 7000년 전 페루에서 재배되기 시작해 안데스 산맥에서 잉카인들의 식량이었다가 스페인 사람들에 의해 유럽과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지금은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작물이 되었답니다. 처음 유럽에 상륙했을 때는 악마의 식물이라 하여 감자를 재배하는 농민들이 부지기수로 살해당하기도 하고, 감자재배를 두고 나라 간에 수년간 전쟁을 벌이기도 했답니다. 감자가 성경에 나오지 않는 식물이고, 땅속에서 자라며 마치 사탄처럼 씨눈으로 자기복제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인간의 무지를 설명할 때 자주 인용하고는 하지요. 그러나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고 풍부한 탄수화물성분으로 인해서 감자는 배가 고파서 수천만명이 죽어나가는 주기적인 유럽의 대기근을 해결해주는 중요한 작물이 되었습니다. 감자는 서늘한 곳을 좋아하고 척박한 곳에서 잘 자라서, 고온다습한 아시아보다는 유럽에서 잘 자라고 맛도 좋다고 합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삶은 감자 껍데기를 벗깁니다. 햇감자의 껍질은 매우 얇아서 잘 벗겨지네요. 참 착한 녀석이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한 입 먹습니다. 이 하얗고 풍부한 녹말 맛은 따뜻하고 폭신하고 부드럽고 달달합니다. 어쩌면 이리 착하고 순하고 수줍은 맛일까요. 둥글고 부드러운 이 맛. 아, 아시죠? 감자 맛이 조금 심심하면 소금을 쳐 드시는 분들과 설탕을 쳐서 드시는 분들로 크게 취향이 나눠진다는 사실을요.

감 자 - 안차애

내 사랑은 심심하지만/ 알고 보면 깊은 농염이다
내 사랑에 온갖 맛이 들어 있다는 건/ 깊이 다가와 본 사람은 다 안다
춘궁(春窮)이거나/ 춘궁 같은 허기거나
허기보다 더 아득한 마음일 땐
심심하고 둥근/ 둥글고 부드러운 내 몸에/ 당신의 이빨자국을 찍어 보라
당신이 가진 온갖 맛/ 떫거나 시거나 쓰거나 짠맛, 맛들을
순하고 착하게 껴안아주리
내 살 깊이 품었다가 온전한 농염으로/ 다시 당신께 돌려보내리

이 햇감자에는 강원도의 햇빛이 다 들어있겠지요. 쏟아지는 소나기와 지나가는 종달새들의 노랫소리, 세차게 부는 백두대간의 바람과 강원도의 청량함까지요. 옛날 보릿고개가 있던 우리 부모님들은 이 감자 맛을 조금은 서럽게 기억하고 계시더군요. 먹을 게 없어서 힘들고 고단하던 시절, 우리 조상들을 배고픔에서 지켜준 고마운 감자이었던 건데, 모든 음식이 넘쳐나는 지금은 아주 멋 옛날 이야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 시절 감자를 삶아 주시던 어머님의 추억은 다 들 마음속에 있는 거지요. 감자밥을 드신 분들도 많답니다.

감 자 밥 - 이상국

하지가 지나고/ 감자를 물에 말아먹으면
사이다처럼 하얀 거품이 일었다
그 안에는 밭둔덕의 찔레꽃이나/ 소울음도 들어 있었는데
나는 그게 먹기 싫어서/ 여름이면/ 어머니랑 싸우고는 했다
그 후/ 논밭과 사는 일은/ 세상에 지는 일이라고/ 어머니는 나를 멀리 보냈지만
해마다 여름이 와서/ 온몸에 흙을 묻힌 채/ 시장에 나오는 감자를 보면
쓸데없이 허기져/ 그 사이다 같은 감자밥이 먹고 싶다

감자에서 먹는 부위를 흔히 고구마처럼 ‘뿌리’ 부분인 것으로 여기는 오해가 있지만 사실 줄기가 변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걸 아시나요? 감자는 희석식 소주의 원료와 알코올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으니 소주를 즐기는 저는 사실 알게 모르게 감자를 많이 섭취하고 있는 거랍니다. 하하. 내일 저녁엔 포슬하게 찐 햇감자에 소금 말고 설탕을 듬뿍 찍어서 맛있게 먹어 보렵니다.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


댓글
기사 의견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