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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강남 고객만 모시는 건설사…비강남 의문의 1패

[기자의눈] 강남 고객만 모시는 건설사…비강남 의문의 1패

기사승인 2017. 09. 1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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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서울 강남 일대 노른자위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온갖 유인책으로 조합원들을 유혹하고 있다.

고급 랜드마크로 짓겠다는 포부로 해외 유명 업체에 설계를 맡기는 것은 물론, 수천만원에 달하는 이사비를 공짜로 주겠다는 파격 조건까지 내거는 건설사도 등장했다.

건설사 입장에서 강남 재건축 수주는 주택 사업 1순위 목표다. 사업 규모가 커 수익성이 좋은 단지들이 많을 뿐 아니라, 한강변에 자사의 랜드마크를 세우면 브랜드 위상도 올라가 다른 지역 수주전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내건 이런 파격 조건은 시공사와 조합의 부담으로, 결국 일반분양 분양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건설사들이 앞다퉈 꺼내고 있는 후분양제 카드도 분양가 상승 요인이다.

사실 아파트를 상당부분 지은 후 입주자를 모집하는 후분양제는 건설사의 부실시공, 허위 광고 등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분양권 웃돈만 챙기고 떠나는 투기세력도 막을 수 있는 선진제도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 당시 도입을 모색했지만, 금융비용과 사업리스크 등에 부담을 느낀 건설사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그러나 그렇게 반대했던 후분양제를 일반 분양가 높이기용 무기로 꺼낸 것이다.

건설사들이 앞장서서 국내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들의 집값을 더 끌어올려주겠다고 나선 점은 단순히 그들만의 리그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 씁쓸하다.

높은 분양가는 1차적으로 강남 진입 문턱을 높이고, 주변 지역은 물론 서울 전체 집값까지 끌어올리는 나비효과가 돼 서울 시민의 내 집 마련을 더 힘들게 할 것이다.

최근 대형사들의 강남 재건축 수주전을 보면서 비강남 시민과 무주택자가 의문의 1패를 당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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