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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 잊은 수험생 “공부가 급해…지금 쉰다는 건 사치”

황금연휴 잊은 수험생 “공부가 급해…지금 쉰다는 건 사치”

기사승인 2017. 09.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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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량진 학원거리서 만난 공시생 등 수험생들의 꿈과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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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들이 몰려 있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주택가 골목. /최중현 기자
“연휴는 앞으로도 많이 있으니까 지금 쉬지 않아도 괜찮아요. 오히려 연휴를 이용해 원하는 일자리를 얻는데 매진해야죠.”

21일 학원 거리인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서 만난 수험생 김모씨(29)는 이번 명절에는 경기 화성시인 고향에 가지 않고 연휴 기간 내내 이곳에 남아 공부에 전념하기로 했다.

다음 달 2일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주말을 포함해 열흘간 이어지는 추석 ‘황금연휴’를 맞게 되지만 공시생(공무원시험준비생), 경시생(경찰시험준비생) 등 이곳에서 각자 꿈을 키우는 수험생들에겐 단순히 공부하는 ‘빨간날’에 불과하다.

각종 학원들이 밀집한 이 거리엔 질끈 묶은 머리와 화장기 없는 얼굴, 편안한 옷차림과 슬리퍼 등 꾸밈없는 모습으로 공부에 전념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이들은 걷는 시간도 아까운 듯 이어폰을 끼고 노트와 부록용 책을 든 채 무엇인가 읊조리며 걸음을 재촉했다.

교사 임용고시가 2달 앞으로 다가오자 이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시험 준비에 전념한 채 열흘간의 연휴는 이미 머릿속에서 잊어버린 표정이었다. 왜소한 체구의 한 여성은 자신의 몸집만한 가방을 멘 채 오르막길을 올라 고시원으로 향했다.

임용고시를 목표로 하는 최모씨(30·여)는 “1년 정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번 연휴에 쉰다는 건 사치다. 고시원에 머물며 공부에 전념할 예정”이라며 “명절을 혼자 지내야 하는 것이 조금은 우울하지만 부모님이 계시는 전북 익산에 내려가면 다시 이곳(노량진)으로 돌아오기 싫어질 것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년간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안모씨(30)도 “처음 시험을 준비할 때는 명절에 가끔 고향에 내려가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했다”며 “하지만 재수, 삼수로 이어지면서 경제적으로 손을 벌리는 것 같아 부모님을 찾아 뵙는 것이 부담스럽고 죄송스럽다”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어 “명절에 이곳에 남아 같이 공부하는 수험생, 선생님과 함께 스터디모임에 참석해 공부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근 카페도 수험생들로 가득 찼다. 수험생들은 모자가 달린 티셔츠를 뒤집어쓴 채 태블릿 PC와 노트북을 이용해 인터넷 강의를 듣고 노트에 무엇인가 열심히 적었다. 삼삼오오 모여 자신들이 공부하는 내용에 대해 물어보고 토론하는 수험생들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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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 위치한 한 고시학원에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스트레칭을 권장하는 문구가 붙어있다. / 최중현 기자
이곳의 한 고시학원에는 수많은 수험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막함이 가득했다. 강의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계단이나 보조 의자에 앉아 책을 들여다보기 분주했다.

법원 공무원을 준비한다는 김동현씨(28)는 “올해 2월 첫 시험에서 떨어져 2년 째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연휴에도 추석 당일을 제외한 날에는 모두 수업이 진행돼 학원에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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