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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3년간 2조3000억 쏟고도...해결 못 한 인사적체

은행권 3년간 2조3000억 쏟고도...해결 못 한 인사적체

기사승인 2017. 10.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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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희망퇴직 늘려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비용 지출
일각에선 "새로운 묘수 필요"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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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인력 구조조정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디지털화되는 금융환경 변화가 은행권 수익 악화로 이어지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몸집 줄이기’를 지속해왔다. 하지만 최근 친(親) 노동정책 성향의 새정부가 들어서고, 은행장 연임 시기와 맞물리자 희망퇴직은 최소화하고, 신규 채용은 늘리려는 기류가 본격화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인사 적체 문제를 야기하는 ‘항아리형’ 인력구조 해소를 위해 쓴 비용은 최근 3년간 2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에서 특히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체제의 KB국민은행이 4000여명으로 가장 큰 폭의 인력을 조정했으며, 1조2000억원의 퇴직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인사적체 현상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 새로운 묘수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2014년 말 윤 회장 취임 이후 희망퇴직을 통해 총 4287명의 행원을 내보냈다.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희망퇴직을 제외하고도 두 차례의 대규모 퇴직 신청을 받은데 따른 결과다.

국민은행은 2015년부터 총 네 번의 희망퇴직을 단행했는데, 이 중 두 번은 임금피크 적용자, 나머지는 일정기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이 대상이었다.

국민은행은 임금피크 대상자에 대해 매년 희망퇴직을 정례화한 바 있다. 이 제도를 통해 2015년 하반기에 170명, 2016년 상반기에 200명의 직원들이 퇴직했다. 일반 직원들에게는 2015년, 2017년 상반기에 각각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1122명, 2795명의 인원을 정리했다.

희망퇴직은 제도에 따라 많게는 월급의 36개월치를 퇴직금으로 지급하게 돼 은행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구조다. 단기적으로 인건비를 포함한 관리비가 급증해 실적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역시 2년 반동안 퇴직금으로 1조2000억원의 비용을 지출했다. 국민은행의 일반관리비는 2015년 3조8000억, 2016년 4조3000억으로 급증했고 이 결과 당기순이익은 2015년 1조1000억원에서 2016년 96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윤 회장이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인원을 대폭 정리한 데는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중간 책임자들이 많은 항아리형 인력 구조로, 인사 적체가 심해진다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어서다.

국민은행은 특히 2015년만 하더라도 재직인원이 2만명 이상으로 덩치가 컸고, 항아리형 인력 구조의 폐해를 안고 있었다. 윤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대규모 희망퇴직을 받은 배경에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가 있었던 셈이다. 대규모 퇴직으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은 일회성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관리비 절감 효과를 꾀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도 정기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매년 상반기 퇴직제도를 통해서 매년 평균 300여명의 직원들을 내보냈다. 다만 올해 상반기에는 정기적인 희망퇴직 외에도 민영화에 성공한 이후 실적 개선에 따라 전직지원제도를 실시했다. 1000명의 직원이 몰리면서 우리은행은 2015년부터 2800여명의 직원들 정리하게 됐다.

우리은행은 이 기간동안 퇴직금으로 약 2579억원의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올해 상반기 진행한 전직지원제도 결과 발생하는 퇴직금 비용이 실적에 반영되지는 않았으며, 3분기 실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약 290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나은행은 통합 출범한 2015년 9월 이후 2번의 인력조정을 단행했다. 그해 하반기 희망퇴직으로 700명, 지난해 하반기에는 준정년특별퇴직으로 506명을 내보냈다. 이 기간동안 발생한 퇴직금은 6105억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2900억원 수준의 퇴직금을 지급한 셈이다.

신한은행은 매년 상반기에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신한은행은 2015년 상반기에 310명, 2015년 상반기에 190명, 올해 하반기 280명을 내보냈다. 매년 260여명 수준의 인력을 조정하고 있는 셈이다. 신한은행은 이 기간동안 퇴직금으로 1543억원을 지출했다.

다만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도 인사적체 문제는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공서열 문화가 자리하고 있는 은행의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능력 위주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인사적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인력구조 개선으로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며 “직원들에게 제2의 인생설계를 위한 기회를 부여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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