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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규제·노동개혁 없이 혁신성장 어렵다

[칼럼]규제·노동개혁 없이 혁신성장 어렵다

기사승인 2017. 10. 0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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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성장'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혁신성장을 잘 추진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자유로운 시장실험'이 최대화돼야 하는데 정부가 규제개혁보다 정부산하 '위원회' 신설에 나서 혁신도 정부의 계획으로 가능하다고 오해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유연한 노동시장이 혁신성장에 필수적인데 과연 정부가 이런 개혁에 나설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신기술이 등장하거나 새롭게 적용될 때 혹은 서로 다른 기술들이 경쟁할 때 그 변화의 방향이나 살아남을 기술에 대한 오판은 기존의 대기업들에게도 치명적이다. 장거리 비행기가 곧 등장하는데 철도만이 최고의 장거리 수송수단이라고 착각하거나 직류에 대한 교류의 도전이 전기시장에서 거센 상황인데 기술의 변화에 둔감한 채 안전한 직류가 살아남을 것으로 오판한다면, 그 결과는 참담할 것이다.
 

사실 혁신성장이란 이런 신기술의 등장과 적용의 실험이 신속하고도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상태인데 자유시장에서는 기존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또 신생기업이 기존기업에 도전하기 위해 그런 실험을 끊임없이 시도한다. 시장경제에서 두드러진 경제발전은 언제나 혁신을 통해서였다. 더 많은 빨랫비누를 저렴하게 제조하면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되지만 이보다는 세탁기를 만들어 사람들을 세탁의 노동에서 벗어나게 하는 그런 혁신이 일어나는 게 시장경제의 속성이다. 이 점을 부각시키려고 홀콤(R. Holcombe)은 경제성장과 경제발전을 구분하기도 했다.
 

혁신성장은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벤처기업들을 창출하는 게 아니다. 그런 지원 없이도 시장에서 기업가적 혁신들이 등장해 성공하도록 해야 한다. 혁신성장을 위해 정부가 할 최우선적인 일은 신기술의 등장과 적용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격의료와 같은 신기술이 이미 상용화단계인데도 각종 규제입법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면 이를 빠르게 제거해야 한다. 그게 위원회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혁신성장의 이면에는 노동의 재배치가 있다. 저명한 경제학자 슘페터는 혁신적 기업가정신을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이라고 불렀다. 그는 교과서 완전경쟁 모형이 틀렸다고 보았다. 시장에서 무수히 많은 경쟁자들이 똑같은 것을 하는 게 아니라 소수의 라이벌들이 새로운 시장, 제품, 방식 등의 혁신 경쟁을 벌이며 그런 새것의 창조와 함께 옛것들의 '파괴'가 동반한다고 보았다. 자동차의 등장이 마차와 이를 모는 마부를 사라지게 했지만 택시운전사를 등장시켰다. 아마도 자율주행차의 등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대선에 이슈로 등장했을 정도로 유행이다. 이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 빅 데이터, 인공지능, 증강현실,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등의 눈부신 발전을 기존의 산업들에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혁신으로 이해되고 있다. 조만간 거대한 변혁의 물결이 무수한 '창조적 파괴'를 불러올 것이다. 그런 물결이 금융업에서도 감지된다. 인터넷 뱅킹이 등장했고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활용한 보안체계와 화폐, 결제시스템이 시도되고 있다. 골드만 삭스가 이제 자신은 금융회사가 아니라 정보기술(IT)회사라고 선언한 것도 인상적이다. 플랫폼 경쟁에서 앞서는 게 금융 경쟁력의 핵심이므로 그걸 잘 하는 IT기업이 되겠다는 뜻이다.
 

이런 변화들을 최대한 활용해 혁신성장을 하려면 그런 능력을 가진 삼성전자 등의 기업들이 금융업에 뛰어들 수 있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 이와 함께 노동의 이동성을 제한하는 규제들도 혁파되어야 한다. 영국에서 사양산업인 석탄생산 국영기업을 민영화하는 과정을 보면, 석탄산업 노동자들의 직업 상실에 대한 두려움은 적절한 정책들을 통해 극복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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