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기자의눈] ‘또 다른 등록금’ 사립대 입학금 폐지해야

[기자의눈] ‘또 다른 등록금’ 사립대 입학금 폐지해야

기사승인 2017. 10. 12. 05: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남라다
사회부 남라다 기자
사립대가 신입생에게 걷은 입학금이 사실상 또 다른 이름의 등록금이나 다름 없이 사용돼온 것으로 나타나 국민의 공분이 크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입학금 징수근거와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될 때마다 사립대는 똑같은 말만 반복해왔다. 입학금의 경우 입학식, 오리엔테이션(OT) 등 입학 관련 업무에만 경비를 쓰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전날 교육부가 발표한 4년제 사립대 입학금 실태조사 결과는 대학의 기존 입장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사립대는 입학식 등 행사비의 경우 입학금 수입의 5%, 신입생 프로그램 등 학생 지원 경비 8.7%를 합하면 14%만 입학 관련 업무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학 관련 부서 운영비까지 더하더라도 30%도 채 안 된다.

나머지 70% 가운데 대학 일반운영비가 입학금 수입(797억6700만원) 가운데 33.4%(266억4200만원)를 차지하며 가장 지출 비중이 컸고 이외 홍보비에 14.3%, 신입생과 편입생 장학금에 20%를 썼다. 사립대에 들어가는 명목으로 신입생들이 낸 입학금을 교비 회계로 지출해야 하는 대학 운영비를 충당하는 데 사용한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가 8년째 등록금 인상을 억제해온 데다 사립대가 사용내역을 공개 안해도 되는 ‘눈먼 돈’인 입학금을 대학 마음대로 유용할 수 있도록 한 법적 허점 탓도 크다. 현행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 제4조 4항에는 ‘입학금은 학생의 입학 시에 전액을 징수한다’고만 돼 있을 뿐, 입학금의 징수근거와 사용처를 밝혀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이번 교육부 실태조사 과정에서도 전국 4년제 사립대 156개교 가운데 80개교만 조사에 응했고 나머지 76곳은 총액만 공개한 채 사용내역을 밝히지 않거나 아예 회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한다. 회계 처리가 불투명하다는 의혹은 징수근거와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를 꺼려한 사립대가 자초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입학금 폐지와 대입 전형료 인하 등으로 인해 대학 재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사립대의 의견도 적지 않은 만큼 재정적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5년 또는 6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과 입학금을 줄이는 대학에 국가장학금과 일반재정 지원을 늘리는 방법 등 사립대를 유인할 ‘당근책’도 함께 고려해야 할 때다. 특히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르는 입학금 폐지를 위해서는 산출근거 방법과 사용내역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돼야 한다. 현재 국회에서 입학금 폐지를 골자로 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나, 아직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가 정치권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